[사설] 한·중의 ‘사드 대립’은 양국 이익에 반한다

입력 2016-08-08 19:29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 이후 한국과 중국 사이에 형성된 냉기류가 좀처럼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한·중 관계가 지금보다 나빠졌으면 나빠졌지 좋아지긴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적지 않다. 이러다 지난해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우려와 국내 보수단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밀어붙인 박근혜 대통령의 ‘망루외교’ 성과가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비상한 상황이다.

중국이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이유는 동북아의 전략적 균형을 해치고 자국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데 있다. 중국은 사드가 배치될 경우 전략자산인 칭바이산 주변에 배치된 둥펑-21 미사일이 무력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기우다. 사드는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에 대비한 방어용 무기이지 결코 중국을 겨냥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한반도 주변에는 사드 레이더보다 성능이 훨씬 우수한 정보자산이 배치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한국 길들이기’ 등 다른 의도가 있는 게 아니라면 사드는 시비 대상이 될 수 없다.

사드 배치는 우리의 안보와 직결된 사안으로 대한민국 주권에 속한다. 중국은 타국에 대한 내정불간섭 원칙을 외교의 금과옥조로 준수해 왔다. 대만이나 달라이라마 등 민감한 문제가 터질 때마다 중국은 “내정에 관한 일”이라며 국제사회의 개입을 철저히 봉쇄했다. 그런 중국이 한국의 내정에 속하는 사드 배치에 대해 간섭하는 행위는 중국의 외교원칙에도 위배될 뿐더러 우리의 주권을 무시하는 외교적 도발에 다름 아니다. 북한이 핵 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하지 않았다면 한반도 사드 배치도 없었다. 우리를 비판하기에 앞서 대북제재 고삐를 더욱 조이는 것이 올바른 순서다. 상용비자 발급 요건을 강화하고 한류를 규제하는 등 중국의 보복 조치는 옹졸하기 짝이 없다. 이 이상의 보복도 예상되는 만큼 정부의 철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대북제재 국면에서 중국의 역할은 핵심적이다. 중국이 빠진 대북제재는 사실상 무의미하다. 대북제재의 결정적 열쇠를 쥐고 있는 중국이 북한의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는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 채택을 무산시키는 등 제재 대열에서 이탈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북한을 더욱 효과적으로 응징하기 위해서도 한·중 관계가 하루빨리 정상화돼야 한다.

다음달 3, 4일 중국 항저우에서 개최되는 제11차 G20 정상회의를 관계 정상화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한·중 정상회담이 성사되면 사드에 대한 중국의 오해와 우려를 상당 부분 불식시킬 수 있다고 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외교 당국의 치밀한 준비가 필수적이다. 한·중 관계 악화는 북한만 이롭게 한다. 중국의 체면을 손상하지 않으면서 우리의 실익을 챙길 수 있는 접점을 반드시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