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가 선명성 경쟁과 과열·혼탁으로 인해 당초 취지와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4·13총선에서 승리한 더민주는 8·27전당대회를 통해 내년 대통령 선거를 관리할 새 지도부를 뽑고 수권정당의 면모를 선보일 계획이었다. 하지만 당권(黨權) 주자들이 당 안팎의 특정 진영을 과도하게 의식하는 바람에 본질이 훼손되고 있는 것이다.
우선 선명성 경쟁이다. 중도실용 노선을 고수하고 있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각을 세우며 앞 다퉈 좌클릭을 하고 있다. 주류 측 김상곤, 추미애 후보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를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있고 비주류 이종걸 후보도 국회 비준 동의를 조건으로 내걸었다. 지난 6일 ‘정권 교체를 준비하는 당원 모임’ 주최의 토론회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언급이 나왔다. 김 후보는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 “계속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막고 있다면 탄핵 주장도 나올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8일 열린 공명선거 협약식에서는 선거 분위기의 과열·혼탁을 우려하는 당 선관위원장의 지적이 있었다. 실제 추 후보 측은 5일 예비경선에서 추 후보가 3위로 턱걸이 통과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당 선관위를 공격하며 발끈했다. 김 후보 측은 보도할 때 현역의원 여부와 선수가 아닌 자신이 1번인 기호 순으로 해 달라고 언론에 요구하기까지 했다.
이런 와중에 SNS에는 ‘당대표와 여성위원장-청년위원장-일부지역 도당위원장’의 이름이 적힌 게시물이 유포되고 있다. 이들 모두 문재인 전 대표와 가까운 친문(親文) 후보라는 공통점이 있다. ‘19대 대한민국 대통령 후보 문재인’이라는 글귀도 덧붙어 있다. 문 전 대표가 더민주의 대선 후보가 되기 위해선 명단에 적힌 이들이 지도부를 구성해야 한다는 논리의 선거운동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하지만 이런 선거전을 치르고 들어선 제1야당 지도부의 면면을 보고 차기 정권을 맡길 만하다고 느낄 국민이 몇 명이나 될지 모르겠다. 지금이라도 더민주 당권 주자들은 대책 없이 ‘야당성’만 강조하거나 상대방을 깎아내리지 말고 수권정당으로서의 비전을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 그게 당은 물론 본인도 사는 길이다.
[사설] 선명성 경쟁과 혼탁으로 얼룩지는 더민주 당권 경쟁
입력 2016-08-08 1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