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지면 참사인데… 공사장 가스안전관리 엉망

입력 2016-08-08 21:42
국민안전처와 한국가스공사가 지난 6월 20일부터 열흘간 실시한 가스안전 관리실태 점검에서 다수의 규정 위반 사례들이 적발됐다. 대형공사장의 차양막을 설치하지 않은 가스용기 보관시설(왼쪽)과 밸브 보호 캡을 부착하지 않은 가스용기가 가득 실려 있는 가스판매소 운반차량. 국민안전처 제공

14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지난 6월 초 ‘남양주 지하철 공사장 가스폭발 사고’ 후에도 대형공사장 등의 가스안전관리가 엉망인 것으로 드러났다. 사고 발생 한 달도 안 돼 전국의 대형공사장 등에서 실시한 안전감찰에서 가스안전관리 규정을 위반한 업체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국민안전처는 한국가스안전공사와 합동으로 지난 6월 20일부터 열흘간 가스사용·공급현장 53곳에 대해 가스안전 관리 실태를 점검한 결과, 미흡한 현장을 다수 적발했다고 8일 밝혔다.

남양주 폭발사고를 계기로 실시한 이번 안전감찰의 대상은 서울·경기·충남·대구·경북 등의 지하철공사장 11곳, 대형공사장 3곳, 병·의원 13곳, 가스충전·판매소 16곳 등이었다.

안전감찰 결과에 따르면 서울지하철 9호선 3단계 일부 공구, 김포도시철도 3공구, 보금자리주택 업무지구 등 점검 대상 13개 대형공사 현장 모두가 특정고압가스 사용신고를 하지 않고 안전관리자도 선임하지 않았다. 일정규모 이상 특정고압가스 사용자는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하고 안전관리자를 둬야 하며 위반 시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가스보관시설 및 용접용 가스용기 관리도 부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가스용기 밸브 보호 캡을 부착하지 않거나 가연성가스와 산소 용기를 혼합보관한 곳이 적발됐다. 고온에서 폭발할 우려가 있어 섭씨 40도 이하로 유지해야 하는 가스용기를 직사광선에 노출시켜 용기 온도가 47도까지 치솟은 경우도 있었다. 점검기한을 7개월이나 넘긴 용기를 계속 사용하거나 손상된 호스를 청테이프로 임시 보수하고 절단 가능성이 있는 호스를 방치한 공사 현장도 있었다.

대구·경북 칠곡·경기 고양 등에서는 의약품도매상 허가를 받지 않고 의료용 산소를 66개 병·의원에 납품한 고압가스 판매업체 5곳이 적발됐다. 병·의원 13곳은 관할 지자체에 의료용 특정고압가스 사용을 신고하지 않았다.

안전처는 이번에 적발된 36건의 시공자·감리자·가스공업자 등에 대해 관할 지자체에 고발·영업정지·벌점·과태료 부과 등의 행정처분을 하도록 통보했다. 또 관리·감독 업무를 소홀히 한 공무원 9명에 대해 소속 기관장에 징계처분을 요구했다. 아울러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지자체 등에 점검계획을 수립해 개선하도록 통보했다.

유인재 안전처 안전감찰관은 “대형사고가 반복되는데도 일선 현장에서는 가스안전에 대한 불감증이 여전하다는 게 드러났다”며 “안전사고를 방지할 수 있도록 예방감찰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라동철 선임기자 rd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