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태원준] 폭염과 빗물

입력 2016-08-08 18:55

정말 덥다. 내년에도 이렇게 더울 거라 생각하니 더 덥다. 폭염을 막아준다면 뭐든 할 수 있을 만큼 덥다. 이게 다 지구온난화 때문이다. 온실가스 탓에 지구 온도가 계속 높아지고 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그렇게 결론지었다. 슬로바키아 도시공학자 미카엘 크라빅 박사는 환경 노벨상이라는 골드만상을 수상했다. 비정부기구 ‘사람과 물’을 설립해 활동 중이다. 그는 좀 다른 얘기를 한다. 폭염이 빗물을 낭비한 결과라는 것이다.

간단한 실험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솥 두 개를 준비해 ①번 솥은 바짝 마른 흙 ②번은 물기를 머금은 축축한 흙을 채운다. 가열하면 ①번 솥의 온도는 금세 치솟지만 ②번은 수분을 증발시키느라 느리게 뜨거워진다. ①번 온도가 200도에 이르렀을 때 ②번은 그제야 물기가 사라졌다. 다시 처음 상태에서 가열을 시작해 ①번이 100도일 때 양쪽 불을 끄니 ②번은 여전히 축축하다. ①번이 완전히 식은 뒤에도 ②번은 온기를 한참 유지했다.

물은 증발할 때 주변의 열을 가져간다. 더운 날 길에 물을 뿌리면 잠시 시원해지는 건 그 때문이다. 우리 대지(大地)는 지금 ①번 솥의 흙과 같다고 크라빅 박사는 말한다. 품고 있는 물이 부족해 금세 달아오르고 금세 식는다. ②번처럼 서서히 뜨거워지고 서서히 식어가는 시기가 봄과 가을인데 두 계절은 갈수록 짧아지고 있다. 이른 더위와 폭염, 이른 추위와 혹한은 모두 지구의 온도조절장치인 대지의 물이 부족해서라는 것이다.

땅이 물을 머금을 기회는 비가 내릴 때다. 우리는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그 기회를 봉쇄하다시피 했다. 빗물은 스며들 땅을 만나지 못한 채 하수구를 거쳐 그냥 바다로 흘러가고 있다. 대지와 빗물의 조우(遭遇). 이를 돕는 여러 방법이 제시돼 있다. 옥상마다 빗물연못과 텃밭을 만들고, 도심 곳곳에 빗물 저류소를 설치하고, 투수성 아스팔트와 보도블록을 보급하는 것 등이다. 이렇게 더운데 해보지 않을 이유가 없다. 글=태원준 논설위원, 삽화=이영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