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문가들도 올림픽을 즐긴다. 다만 선수들을 응원만 하지 않고 조금 더 경제적인 면을 들여다보며 분석한다. 특히 이번 올림픽은 남미에서 처음 열리는 데다 정치·사회적으로 불안한 브라질이 개최국이어서 그 효과가 과연 숫자로는 어떻게 나타날지 관심사이긴 하다.
헝그리 정신은 없다
“한국은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양궁 태권도 등에서 13개의 금메달을 따 종합순위 5위에 이를 것이다. 금·은·동메달을 합쳐 메달 28개를 딴다.”
골드만삭스는 브라질에서 리우올림픽이 개막하기 1주일 전인 지난달 29일 ‘올림픽과 경제학’이라는 이색 보고서를 내놓으면서 한국 순위를 이렇게 예측했다. 리우에 가 있는 대표팀이 이번 올림픽에서 금메달 10개, 종합 10위를 목표로 한 것보다 훨씬 높이 평가한 셈이다. 골드만삭스는 2012년 런던올림픽 때에도 국가순위 예상치를 내놨는데, 놀랍게도 90%의 적중률을 보였다. 더 놀라운 것은 골드만삭스가 선수들의 기량이나 최근의 성적 같은 실질적인 데이터를 참고하지 않고 거시경제적인 변수로만 이같이 예상했다는 점이다.
골드만삭스가 참고한 거시경제 변수는 인구 규모와 과거 올림픽 성적, 그리고 자신들이 매년 내놓는 국가별 경제성장 환경 점수(GES)였다. 여기에 올해는 개최국 효과를 변수로 추가했다. 올림픽 개최국은 직전 올림픽과 비교해 금메달을 약 50% 더 따고 금·은·동메달을 합하면 약 20%가 더 늘어나는 것으로 골드만삭스는 계산했다.
GES는 국가별로 경제생산성과 정치적 안정성 등을 감안해 장기적인 성장잠재력을 점수로 나타낸 것이다. 골드만삭스는 “세계적인 (경제성장) 환경을 갖춘 국가에서는 세계적인 수준의 운동선수가 배출될 가능성이 더 높다고 가정했다”며 “GES가 경제뿐만 아니라 스포츠에서도 성과를 예측하는 데 유용한 지표임이 증명됐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GES 점수는 8.1로 골드만삭스가 점수를 산출한 50개국 중 가장 높았다. 결국 경제에서 잘나가는 나라가 올림픽에서도 잘나간다는 점을 증명한 셈이다.
올해 전망을 내놓으면서 골드만삭스는 GES 점수에 개최국 효과를 더 감안했다. 브라질은 4년 전보다 금메달을 2개 더 따고 전체 메달은 5개 더 늘어 종합순위 16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영원한 승자는 없다
골드만삭스 보고서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재미있는 분석이 많다. 세계경제에서 미국과 중국이 G2를 차지하고 있듯이 올림픽에서도 두 나라의 영향력이 막강하다. 골드만삭스가 종목별로 특정 국가의 장악력을 계산한 결과 중국은 탁구와 배드민턴, 다이빙에서 각각 69%, 57%, 52%의 수치를 기록했다. 이 수치는 각 종목에서 특정국가의 선수가 메달권에 들어갈 가능성을 나타낸다. 미국은 메달이 많이 걸려 있는 수영과 육상 종목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장악력을 보여 종합순위에서 중국을 압도할 것으로 예측됐다.
한국은 양궁에서 44%의 장악력을 나타내 메달을 절반 가까이 가져갈 것으로 예상됐다. 배드민턴과 탁구에서도 한국은 각각 13%와 10%의 장악력으로 2위를 기록했지만 모두 중국의 강력한 힘에 밀려 실제로 이들 종목에서 메달을 딸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예상됐다.
또 중국과 일본, 한국은 실내에서 열리는 종목, 특히 레슬링 권투 유도 태권도처럼 격투기 종목에 강한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영국과 독일 등 서구 국가들은 야외에서 시합이 벌어지는 육상과 승마 등에 더 강했다.
재미있는 것은 영국이 ‘앉은’ 종목에 강하다는 분석이다. 영국인들은 “앉아서 하는 스포츠만 잘한다”는 자조적인 농담을 하곤 하는데 실제로 그랬다. 영국은 배에 나란히 앉아서 노를 젓는 조정, 안장에 앉아서 자전거를 타는 사이클에서 장악력 1위였고 말안장에 앉아서 뛰는 마술(馬術)에서도 독일에 이어 2위의 장악력을 나타냈다.
이 같은 장악력이 영원한 것은 아니다. 태권도 종주국인 한국과 유도 종주국인 일본은 이미 장악력을 상당히 잃었고, 수영에서는 중국이 미국을 맹추격하고 있다. 영원한 강자는 없는 셈이다.
개최 비용, 아무도 모른다
올림픽 경제학의 핵심은 뭐니뭐니 해도 주최국이 얻는 경제적 효과다. 미국경제학회(AEA)도 학술지인 경제전망저널 봄호에서 ‘올림픽 경제학’이란 논문을 실었다. 올림픽을 개최하는 게 과연 경제적으로 얼마나 이득인지 살펴본 내용이다.
1896년부터 1998년까지 근대올림픽을 주최한 국가의 90% 이상이 서유럽과 북미, 호주, 일본 등 선진국이었다. 예외는 멕시코시티, 모스크바, 그리고 서울뿐이었다.
최근에는 올림픽 개최 경쟁에 뛰어드는 나라의 절반 이상이 개발도상국이다. 터키 이스탄불, 태국 방콕, 쿠바 아바나,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케이프타운이 올림픽 개최를 위해 뛰고 있고 중국 베이징과 이번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는 선진국 도시를 물리치고 올림픽을 열었다. 개최전에 뛰어들기만 해도 적잖은 돈을 써야 한다. 리우데자네이루와 경쟁했던 미국 시카고의 경우 1억 달러 이상을 쓴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올림픽을 개최하려면 막대한 비용을 쏟아부어야 한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하계올림픽을 개최하는 도시에 최소한 4만개의 호텔 객실과 1만5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선수촌을 갖추라고 요구한다. 리우의 경우 올림픽을 위해 호텔 객실을 1만5000개 더 늘렸다.
가장 많은 돈이 드는 분야는 교통망이다. 28년 전에 열린 서울올림픽의 경우 전체 개최비용 65억 달러 중 교통망을 갖추는 데 쓴 돈이 35억 달러로 잠실 주경기장 등 체육시설에 쓴 20억 달러보다 75% 더 많았다. 8년 전 베이징올림픽에서는 전체 개최비용 450억 달러 중 체육시설 건설에 쓴 돈이 5%인 23억 달러뿐이었다.
인프라 구축에 드는 돈이 갈수록 많아지면서 정확한 개최비용을 산출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인천공항에서 강원도 평창까지 고속도로를 닦는 비용이 올림픽 개최비용인지 개최국의 인프라 구축비용인지 정확히 구분하기 힘든 데다 개최국 정부도 재정을 낭비했다거나 과다 지출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정확한 액수를 발표하지 않는 추세다. 98년 일본 나가노에서 열린 동계올림픽의 경우 조직위가 아예 최종 결산 기록을 불태워버렸다.
흑자 올림픽은 없다
단 2주간의 올림픽을 위해 이 같은 시설을 갖추는 게 경제적으로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는 미지수다. 94년 동계 시합을 개최해 한국에서는 ‘썰렁한 곳’의 대명사가 된 노르웨이의 릴레함메르는 올림픽이 끝난 뒤 호텔의 40%가 도산했다.
미국 일리노이주 레이크포레스트대의 로버스 바드 교수와 매사추세츠주 홀리크로스대의 빅터 매더슨 교수는 “68년부터 2012년까지 올림픽을 개최한 모든 나라가 처음 예상한 비용보다 많은 비용을 지출했다”고 분석했다. 2012년 런던 올림픽조직위는 “예산보다 더 적은 비용을 지출했다”고 주장했지만 실제 개최비용이 114억 달러였던 데 비해 개최권을 따는 데 든 비용이 121억 달러가 넘었다. 런던 올림픽조직위가 거둔 총 수입은 TV 중계권료를 포함해 33억 달러로 총 비용의 3분의 1이 채 안 됐다.
미국 사설연구소인 대외관계위원회(CFR)의 제임스 멕브라이드 박사는 “84년 로스앤젤레스올림픽만 기존 시설을 대부분 재활용해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했을 뿐 대부분의 올림픽은 막대한 적자를 남겼다”고 분석했다.
개최국 정부가 국민에게 흔히 내세우는 경제적 효과도 예상에 크게 못 미치는 경우가 많았다. 2002년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린 동계올림픽의 경우 3만5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효과가 있다고 예측했지만 개최 이후 오히려 도시 전체 매출은 줄었다. 호텔 가격만 껑충 뛰었을 뿐이었다.
리우올림픽도 인프라 시설에 100억 달러를 쏟았지만 1조8000억 달러 규모의 브라질 경제에 보탬이 되기에는 너무 적은 돈이라고 골드만삭스는 분석했다. 브라질은 사상 최악의 실업률과 양극화를 겪고 있다. 스미스대 앤드루 짐벌리스트 박사는 “올림픽 개최가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지만 학술적으로 검증된 적이 없다”며 “월드컵이나 올림픽 같은 대규모 이벤트에 투자하는 돈은 경제적으로 도박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글=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
1984년 LA 올림픽만 남는 장사… 1994년 릴레함메르 호텔 줄도산…
입력 2016-08-08 20:25 수정 2016-08-08 2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