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 태극궁사’들은 중압감에 사로잡히지 않는다. 과감하다. 승부를 즐긴다. 스스로 해결사가 되길 원한다. 프로그램만 따르는 의무감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훈련을 주도한다. ‘디지털 세대’답게 스마트폰으로 양궁게임에 몰입한다. 밀레니얼 세대는 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젊은 층을 일컫는다. 물질문명과 첨단 디지털 기술의 혜택을 온몸으로 입은 세대다. 낙천적이고 적극적이며 스스로의 인생을 개척하는 세대이기도 하다. 한국 남자양궁 3인방은 그런 장점을 2016 리우올림픽 단체전 결승에서 유감없이 드러냈다.
김우진(24·청주시청) 구본찬(23·현대제철) 이승윤(21·코오롱)으로 구성된 우리 양궁 남자대표팀은 6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 삼보드로모 경기장에서 열린 남자 단체전 결승전에서 강호 미국을 세트 스코어 6대 0(60-57 58-57 59-56)으로 꺾었다. 양궁 단체전은 한 세트를 이기면 승점 2점, 비기면 1점, 질 경우 0점이다. 한국 선수단의 첫 금메달이었다.
전부 1990년대생인 이들은 첫 올림픽의 결승무대에서 18발의 화살 중 15발을 10점에 맞혔다. 2000 시드니올림픽부터 2008 베이징올림픽까지 한국 남자 대표팀은 ‘30대 형-20대 중반 중간-스무 살 안팎 막내’가 한 팀이었다. 하지만 이번 대표팀 선수들 간의 나이 차이는 세 살에 불과하다.
서거원 대한양궁협회 전무이사는 7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과거 선후배는 위계가 너무 강해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했는데 이번 선수들은 나이를 따지지 않고 친구처럼 지내며 훈련했다”며 “서로 소통이 잘되니 분위기도 좋고 덩달아 성적도 좋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악명 높은 강훈련을 참고 견디는 차원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훈련하며 힘든 과정을 즐겼다. 나이가 많은 선수는 결정적 순간 ‘실수하면 어쩌나’ 걱정을 하는데, 이들은 ‘까짓거, 한번 해 보는 거지’ 하며 과감하게 시위를 당긴다. 과거 세대보다 정신력이 더 강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밀레니얼 태극궁사들은 체력도 더 강하다. 약 10개월 동안 이어진 대표팀 선발전 장기레이스에서 살아남아야 했기 때문이다.
양궁협회가 리우올림픽을 대비해 준비한 비장의 무기는 ‘양궁 게임’이다. 현대자동차그룹 지원을 받는 양궁협회는 지난 3월 현대자동차연구소가 개발한 이 게임 앱을 선수들에게 제공했다. 풍향, 풍속 등을 감안해 손가락으로 화살을 조종하는 게임으로, 선수들은 쉬는 시간에도 집중력을 기르며 이미지트레이닝에 ‘올인’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밀레니얼 세 친구, 세계를 쏘다
입력 2016-08-08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