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찍어라’ 오더투표… 與전대, 계파 표결집 노골화

입력 2016-08-08 04:07
새누리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주호영 의원(왼쪽)이 7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한 뒤 당권을 놓고 경쟁 중인 이정현 의원의 헝클어진 머릿결을 넘겨주며 웃고 있다. 이병주 기자
새누리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이주영 후보 측이 7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오더 투표’를 우려하며 공개한 문자메시지. 심판구 광주시당위원장이 당원들에게 보낸 이 메시지는 이정현 후보를 지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병주 기자
새누리당 새 지도부를 뽑는 8·9전당대회가 막바지에 달하면서 계파 간 표 결집 움직임이 노골화되고 있다. 이른바 ‘오더(지시) 투표’ 논란이다. 친박(친박근혜)계에서는 이정현 후보를, 비박(비박근혜)계에서는 단일 후보인 주호영 후보를 지지해 달라는 문자가 돌기도 했다. 이주영 한선교 후보는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7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는 당권주자들이 15∼30분 간격으로 릴레이 기자회견을 여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주 후보는 단일화를 이뤄낸 정병국 김용태 의원과 함께 나와 “이번 전대에서 ‘친박 패권주의’의 퇴장 명령을 내려 달라”며 “총선 때 막장공천 패권주의의 폭력으로 당을 떠난 주 후보가 대표가 되면 그 자체로 혁신”이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이들은 “사멸할 듯했던 친박 패권주의가 지금 다시 살아나려 하고 있다. 장막 뒤에 숨어 자신의 대리인을 정하고 이른바 ‘오더 투표’라는 시대착오적 구습으로 마지막 남은 기득권을 연장하려 한다”고 비난했다.

곧바로 이정현 후보의 기자회견이 이어졌다. 이 후보는 “말로만 계파 청산을 끝내자고 하면서 연설과 방송토론 등에서는 상대 후보의 오장육부를 긁어놓고 나중에 화합하자는 건 맞지 않는 일”이라고 했다. 그는 전날 수도권 합동연설회에서는 “제가 호남에서 선거할 때 야당의 후보 단일화 때문에 39.7% 지지를 받고도 떨어졌다”며 “제가 민심 1위, 당심 1위를 달리고 있는데 또다시 단일화하는 것을 상대하고 있다”고 비박계를 비판했다.

이주영 후보는 “어제 당원들의 괴로움을 호소하는 여러 통의 전화를 받았다. 특정 후보를 지지하라는 오더가 내려왔다는 것”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그는 “총선을 망친 책임자들이 말 잘 듣는 허수아비 당대표를 만들자고 오더를 내리고 있다”며 “오더 정치와 반혁신 단일화 벽을 넘겠다”고 했다. 그는 문자를 보낸 인물이 누구냐는 질문에 “극단적인 양 계파 모두”라고 했다. 한선교 후보도 “어제 그제 문자들이 날아다니고 있다. 지금까지는 좋다. 그러나 9일 전대까지 과열된다면 안 된다”며 “뒤에서 조종하는 분들은 이제 손을 떼라”고 촉구했다.

전대 후보는 4명이지만 주류 친박계는 이정현 후보를, 비박계는 주호영 후보를 밀기로 작정한 모양새다. 이주영 한선교 후보는 사실상 각개전투 모드다. 비박계가 후보 단일화를 이뤄내면서 응집력이 커지자 친박계도 표 분산을 막기 위한 움직임이 시작됐다는 뜻이다.

관심은 당원들의 표심이다. 이번 전대 선거인단은 총 34만7000여명으로 2014년 때보다 14만여명 늘었다. 이들 상당수가 이번 총선 과정에서 새로 들어왔다. 게다가 이번 당대표 선거는 1인1표제 방식이다. 기존에는 당협위원장이 특정인을 밀어달라고 지시를 내릴 경우 1표는 이를 따르고 다른 1표는 당원이 자율적으로 행사했다. 결국 당원들이 오더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승패의 관건인 셈이다. 일단 이날 진행된 전국 선거인단(33만7000여명) 투표율은 20.7%에 달했다. 투표율로 보면 2년 전 전대(최종 31.7%)보다 낮지만 실제 참여자 수는 훨씬 많다.

‘박심(朴心)’ 효과가 먹혀들지도 변수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핵심 지지층인 대구·경북(TK) 의원들과 면담하면서 친박계는 지지층 결집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주 후보는 대구 출신이고, 수도권의 두 후보와 단일화를 이뤄낸 만큼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글=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 사진=이병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