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선거가 주류(김상곤·추미애 후보) 대 비주류(이종걸 후보) 구도로 확정되면서 주류 후보들은 선명성 경쟁에, 비주류 후보는 결집력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당내에서는 친문(친문재인)표 분산과 비주류표 결집 여부, 호남민심의 향배가 선거 결과를 가를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범주류·주류 진영인 김상곤 추미애 후보는 전당대회를 3주 앞두고 선명성 경쟁에 몰두했다. 김 후보 측은 7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서민 80∼90%의 삶이 파탄난 상황에서 선명성이 외연 확장에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는다”며 “(더민주 소속)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성과를 모아 박근혜정권을 압박해 정권교체를 이뤄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추 후보 측은 “상식에 입각한 정치를 하자는 것이지 선명성을 강조해 온라인 당원의 표심을 얻으려는 것이 아니다”면서도 “김 후보가 혁신이라는 슬로건을 내걸었음에도 갈수록 유보적 얘기를 하는데, 그러다 결국 이 표도 잃고 저 표도 잃을 수 있다”고 했다.
두 사람은 전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합동토론회에서도 ‘야성(野性)’을 강조했다. 추 후보는 2012년 대통령 선거를 ‘관권선거’로 규정했다. 그는 “여러분은 지난 대선에서 국민주권을 도둑맞았다는 느낌을 갖고 있지 않느냐”며 “다음 선거는 반드시 관권선거를 막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의지가 있느냐’는 청중의 질문에 “국민 목소리에 계속 귀를 막고 있다면 탄핵 주장도 나올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며 “(탄핵 요구가) 국민 다수의 목소리라면 당연히 당론을 모으고, 당론이 결정되면 중심적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비주류인 이종걸 후보는 남은 기간 비주류 세력 결집에 사활을 걸고 있다. 지난 5일 치러진 예비경선(컷오프)을 통해 ‘숨어 있는 비주류표’를 확인한 데다 복수 후보 출마에 따른 주류표 분산 가능성에 승산을 걸어볼 만하다는 계산이다. 이 후보 측은 “비주류표와 반문(반문재인) 정서가 강한 호남표가 결집한다면 본선에서도 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기 안양시가 지역구인 이 후보와 경기도교육감을 지낸 김 후보의 지지 세력이 일부 겹친다는 부담도 있다.
주류 대의원·권리당원의 표심이 “대선 후보 흔들기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추 후보와 “공정한 대선 관리를 통해 ‘슈퍼후보’를 만들겠다”는 김 후보 사이 어느 쪽으로 쏠릴지도 관전 포인트다.
현역 의원 상당수와 3만∼4만명의 온라인 권리당원을 확보한 주류표가 한쪽으로 쏠릴 경우 주류 후보의 낙승이 예상되지만, 분산될 경우 이 후보의 ‘뒤집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 당직자는 “호남 민심이 ‘호남 며느리’(추미애) ‘호남 출신’(김상곤) ‘비주류 대표 선수’(이종걸)를 자처한 후보 중 누구의 손을 들어주느냐도 관건”이라고 했다. 또 당권에 도전하는 세 후보 모두 대선 후보 경선을 내년 상반기 중 치르겠다고 공약함에 따라 제1야당 대권 경쟁도 조기 점화될 전망이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
‘박 대통령 탄핵’까지 거론… 선명성 경쟁 가열
입력 2016-08-08 0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