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충해에 강해 튼실하게 자라… 콩 소출 작년보다 30% 늘 듯”

입력 2016-08-08 18:53 수정 2016-08-08 21:29
제주 농부 윤영남씨가 지난 2일 제주시 애월읍에 위치한 자신의 콩밭에서 ‘CJ 행복한 1호’를 파종해 얻은 콩나물콩의 튼실한 줄기를 보여주고 있다. CJ제일제당 제공
수확기에 들어선 콩나물콩대들. ‘CJ 행복한 1호’(오른쪽) 콩대가 다른 종자보다 튼실하고 꼬투리도 많이 달렸다. 콩대보다 키가 훌쩍 크다.
“될성부른 콩낭(콩나무)은 척 보면 알지요. 저 아이들 키는 어른 허리만큼 클 겁니다.”

윤영남(60·제주 서귀포시)씨는 초록물결을 이루고 있는 콩나물콩밭을 바라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지난 2일 오전 11시 제주공항에서 서쪽으로 자동차로 40여분을 달려 찾은 제주시 애월읍에 위치한 윤씨의 콩나물콩밭. 14만8000㎡나 되는 밭의 제초 작업을 막 끝낸 그는 요즘이 제일 뿌듯한 때라고 했다. 그는 매일매일 한 뼘씩 자라나는 콩나무를 보면서 앞으로 얼마나 클지 가늠해보는 즐거움에 빠져 있다.

10년째 콩나물콩 농사를 짓고 있다는 윤씨는 “이웃에게 소개받아 올해 뿌린 ‘CJ 행복한 1호(이하 CJ 행콩)’가 생각보다 튼실하게 자라고 있어 지난해보다 소출이 30% 늘어날 것 같다”고 흐뭇해했다. 윤씨는 “이번에 뿌린 행콩은 병충해에도 강하지만 기존 품종에 비해 착협고가 높아 너무 좋다”면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착협고가 뭐냐고 묻자 윤씨는 콩줄기를 보여주면서 땅에서부터 가장 낮게 달린 꼬투리까지의 높이라고 설명했다. 일반 콩나물콩나무들은 착협고가 10㎝ 안팎인 데 비해 CJ 행콩은 15㎝가 넘는다. 요즘은 대부분 기계로 수확하는데, 10∼15㎝ 높이에 달린 콩들은 기계에 쓸려나가게 된다.

윤씨가 착협고 높이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할 때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윤씨는 “서울에서 손님이 귀한 비를 모시고 온 모양”이라며 춤이라도 출 기세였다. ‘마른 논에 물들어가고 자식 입에 밥 들어가는 것 만큼 좋은 게 없다’더니. 윤씨는 쏟아지는 비를 한참 맞고 있었다.

안내를 맡은 ‘CJ브리딩주식회사’ 생산팀 윤태식씨는 “2011년 서울대산학협력으로 개발한 CJ 행콩은 착협고가 높고 기존 품종 대비 수확량이 30% 정도 많은 게 특징”이라고 소개했다. 2012년 제주에서 시험재배를 한 이후 재배농가가 해마다 늘고 있다. 지난해에는 26개 농가였으나 ‘소출이 좋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올해는 72개 농가로 늘었다. 내륙까지 포함하면 CJ 행콩 재배 농가는 103가구에 이른다. CJ제일제당은 이 종자로 수확한 콩을 전량 수매해 ‘행복한콩 브랜드 콩나물’을 만들고 있다. CJ 행콩은 기업이 종자 개발과 보급, 재배 관리, 전량수매까지 해주고 있어 농가와 윈윈하는 상생 모델이다.

윤씨는 “제주도 콩나물콩과 같이 종자를 보급해 계약 재배를 하는 사업은 6년 전 원물 연구에서 시작해 농가상생 및 공유가치창출(CSV) 경영으로 발전시킨 사업모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국가 식량안보에 기여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 사업을 처음 시작했다”고 부연했다. CJ제일제당은 농산물 수확량을 늘려 농가 수익을 확대하고 안정적인 원료 공급처를 확보하기 위해 품종 개량에 힘을 쏟고 있다. CJ가 개발한 품종은 콩 외에도 쌀과 배추, 고추, 김 등 다양하다. 기존 쌀눈보다 3배 정도 큰 ‘서농 17호’는 즉석 밥 제품인 ‘햇반 큰눈영양쌀밥’에 사용하고 있다.

제주=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