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개헌안 국민투표 통과… 쿠데타 세력의 승리

입력 2016-08-07 18:38 수정 2016-08-08 00:44
프라윳 찬-오차 태국 총리가 7일 방콕의 한 투표소에서 국민투표에 참여하고 있다. AP뉴시스

태국에서 7일(현지시간) 실시된 새 헌법안 국민투표 결과 찬성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잠정 집계되면서 군부 집권 장기화의 길이 열렸다. 방콕포스트는 이날 개표가 91% 진행된 상황에서 군부가 주도한 태국의 스무 번째 개헌안이 국민 투표를 통과했다고 보도했다. 솜차이 스리수티야코른 선거관리위원장도 “찬성 61.5%, 반대 38.44%로 집계돼 찬성 우세로 군부 정권의 헌법안을 승인한다”고 확인했다. 투표율은 55%로 기록됐다.

개헌안에는 최고 군정 기구인 국가평화질서회의(NCPO)가 상원의원 250명을 지명하고 선출직인 하원(500명)이 해왔던 총리 선출 과정에 이들을 참여시킬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선출직 의원 중에서 뽑던 총리를 비선출직에서도 고를 수 있게 했다. 유권자들은 이 개헌안을 받아들일 것인지, 또 비선출직 상원의원에게 총리 선출권을 줄지 두 가지 문항에 찬반 의사를 표했다.

개헌안이 승인됨에 따라 군부는 내년 하반기에 치러질 총선 후 5년간의 민정이양기에 정치에 깊이 관여할 명분을 얻게 됐다. 상원의원을 지목할 권한과 사실상 다수당의 총리 배출을 막고 총리를 임명할 권한까지 갖게 된 것이다.

투표는 프라윳 찬-오차 총리와 잉락 친나왓 전 총리의 대결로도 해석됐다. 지난 2014년 당시 육군 사령관이던 프라윳 찬 오차는 쿠데타를 일으켜 탁신 친나왓 전 총리의 여동생 잉락 총리를 축출하고 과도 정부의 총리로 지명됐다. 이후 장기 집권해온 탁신 측을 정권에서 완전히 배제시키고 국왕에서 군부로 이어지는 엘리트 정치세력을 공고히 하려는 속내를 내비쳤다.

군부는 국민 투표를 앞두고 “내년 말 열리는 총선을 통해 민주주의를 복원시키겠다”고 약속했지만 일각에선 “개헌안 통과로 군부와 향후 구성될 정부가 민주주의를 손상시키게 될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잉락 전 총리와 함께 최대 정당인 탁신 계열 푸어타이당, 2당인 민주당도 개헌 반대 운동을 주도했지만 민심은 ‘비민주적인’ 방식으로라도 정치 안정을 원한 것으로 보인다.

권준협 기자 ga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