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제동’에 강남 재건축 고공행진 수그러들까

입력 2016-08-08 00:04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 3단지 재건축 아파트인 ‘디에이치 아너힐즈’가 최근 분양가를 거듭 낮춰 가까스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보증을 받았다. 이에 따라 강남권 재건축 단지의 분양가 고공행진 추세가 수그러들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재건축 중인 강남구 개포주공 3단지 전경. 뉴시스
디에이치 아너힐즈 조감도.
현대건설이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 3단지 재건축 아파트인 ‘디에이치 아너힐즈’의 분양가를 계획보다 3.3㎡당 320만원가량 낮추면서 강남 고분양가 논란이 일단락됐다. 최근 부동산 시장 과열을 막기 위해 본격적인 규제에 나선 정부의 요구를 업계가 수용한 셈이어서 재건축을 중심으로 고공행진을 거듭하던 아파트 분양시장 열기가 어느 정도 수그러들지 주목된다.

7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개포주공 3단지 조합은 최근 분양가를 3.3㎡당 평균 4137만원으로 낮춰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부터 분양보증 승인을 받았다. 애초에 조합이 정한 평균 분양가는 4457만7000원이었지만 HUG는 고분양가를 이유로 보증승인을 거부했다. 이후 분양가를 4310만원까지 내렸다가 173만원 추가 인하한 것이다. 지난 6월 기준 강남구 아파트의 평균 분양가(3.3㎡당 3840만원)보다 13%나 높아 제기됐던 고분양가 논란은 가까스로 봉합된 모양새다.

이번 승인으로 프리미엄 브랜드 ‘디에이치’를 도입해 국내 주택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려던 현대건설은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개포주공 3단지 조합 역시 역대 최고 분양가 기록을 깨지 못했다. 역대 최고 분양가를 기록한 단지는 3.3㎡당 평균 4290만원을 기록한 ‘신반포자이’다. 현대건설과 조합 모두 분양가가 인하되면서 원가 절감 문제까지 떠안게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고분양가 논란은 일단 끝났지만 강남 재건축 시장 강세는 여전하다. 7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날까지 신고된 지난달 아파트 거래량은 총 1만4400건을 기록했다. 서울시가 관련 조사를 시작한 2006년 이후 7월 거래량으로 최고 수준이다. 지난달 아파트 거래량은 한 달 거래량 기준으로 볼 때에도 역대 4번째로 많았다. 계절적 비수기뿐 아니라 전반적으로 침체된 부동산 시장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강남권을 중심으로 재건축 시장이 강세를 보이면서 아파트 매매 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고 보고 있다. 정부가 금리를 인하하며 저금리 기조에 갈 곳을 잃은 돈이 임대사업에 몰린 데다 전셋값 상승을 견디지 못해 매매 전환이 늘어난 것도 이유로 꼽힌다.

그러나 이러한 증가추세가 계속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지난달부터 9억원 이상 고가 아파트에 대해 중도금대출 보증을 제한했다. 1인당 보증 건수와 금액도 낮췄다. 여기에 디에이치 아너힐즈처럼 고분양가 아파트의 승인보증을 미루는 조치도 병행하면서 다음달부터 시장 강세가 누그러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규제가 강해지면서 분양가와 관련된 정부의 가이드라인을 악용하는 사례도 나올 수 있다”며 “업계에서도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