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파크 카리오카 아레나. 김원진(25·양주시청)은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남자유도 60㎏급 8강전에서 만난 러시아의 베슬란 무드라노프에게 시작부터 달려들었다.
소극적이던 16강전까지의 두 경기보다 적극적이었다. 김원진은 10초 만에 무드라노프의 왼쪽 소매를 잡았다. 전광석화처럼 소매를 끌어당겨 한팔 업어치기를 시도했다. 기술은 기가 막히게 먹혔다. 무드라노프는 공중에 뜬 뒤 김원진의 등으로 크게 넘어갔다. 당연히 한판인 줄 알았다. 그런데 결정적 실수가 나왔다. 한판은 상대선수가 매트 위에 두 어깨가 반드시 닿아야 한다. 업어치기 한판을 위해선 반드시 공격선수가 상대선수 소매를 온 힘을 다해 끌어당겨야 한다. 김원진은 무드라노프의 소매를 놓쳤고, 무드라노프는 가뿐히 마치 체조선수처럼 두 발로 매트 위에 안착했다. 상대방을 끌어당길 힘이 남아 있지 않았다.
결국 김원진은 경기 막판 무드라노프에게 거꾸로 한판패를 당했다. 그는 “처음 두 경기에서 체력을 소진한 게 패인”이라고 말했다. 극단적인 체중조절에 발목을 잡힌 것이다.
‘사상 최강’을 자부했던 한국 유도대표팀이 시작부터 난항에 빠졌다. 기대를 모았던 ‘금빛 메치기’ 소식은 리우올림픽 유도 첫날부터 전해지지 않았다. 대표팀은 2012 런던올림픽(금 2·동 1)보다 더 많은 메달을 수확하겠다고 호언장담했다. 세계랭킹만 믿고 자만에 빠진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김원진의 경기력은 국제유도연맹(IJF) 세계랭킹 1위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로 무기력했다. 세계 18위 무드라노프에 이어 패자부활전에서도 다카토 나오히사(일본·8위)에게 유효패를 당했다.
한국 유도대표팀은 ‘어벤저스’로 불리며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세계랭킹 1위가 무려 3명, 2위도 2명이다. 김원진 외에도 남자 66㎏급 안바울(22·남양주시청)과 73㎏급 안창림(22·수원시청)은 세계랭킹 1위를 자랑한다. 세계랭킹 2위 곽동한(24·하이원)과 김잔디(25·양주시청)도 각각 남자 90㎏급과 여자 57㎏급에서 금메달을 정조준하고 있다. 지난해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에서 열린 세계유도선수권대회에서도 금메달 2개, 동메달 3개를 수확했다.
하지만 세계랭킹은 참조사항일 뿐이다. 메달을 보장하지 않는다. 앞으로의 경기는 체력이 메달 색깔을 가릴 주요 변수다.
신훈 기자 zorba@kmib.co.kr
무리한 감량 탓?… 무기력한 세계랭킹 1위
입력 2016-08-07 18:13 수정 2016-08-07 21: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