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이 숙적 일본과의 대결에서 낙승을 거두며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기분 좋은 출발을 했다. 김연경(28)은 ‘배구 여제’라는 명성에 걸맞게 30득점을 올리며 일본 코트를 폭격했다. 양효진(27)은 알토란같은 활약을 펼쳤다. 21득점과 블로킹 4개로 맹활약하며 김연경과 쌍포를 이뤘다.
여자배구 대표팀은 6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낭지뉴에서 열린 예선 A조 1차전에서 일본을 세트스코어 3대 1(19-25 25-15 25-17 25-21)로 격파했다. 한일전 통산 50번째 승리이자 올림픽 한일전 통산 3번째 승리를 거뒀다. 2012 런던올림픽 3, 4위전의 패배도 앙갚음했다. 이로써 대표팀은 1승을 먼저 거두며 8강 진출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경기 초반 대표팀은 일본의 변칙 공격과 서브에이스에 흔들렸다. 일본은 ‘배구 아이콘’ 기무라 사오리와 나가오카 미유를 앞세워 1세트를 가져갔다. 자칫하면 경기 흐름을 빼앗길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때 양효진의 공격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양효진은 상대의 허를 찌르는 푸시 공격과 스파이크, 서브에이스를 연이어 성공시키며 2세트를 승리로 이끌었다. 분위기는 한국으로 완전히 넘어왔다. 4세트 양효진은 일본의 오픈 공격을 연속 블로킹하며 추격을 뿌리쳤고, 강스파이크로 승부를 매듭지었다.
겉으론 김연경이 승리의 주역이었지만 알고 보면 결정적 공로자는 바로 양효진이었다. 양효진은 2007년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4순위로 현대건설 유니폼을 입었다. 신인 중 가장 많은 득점을 올렸지만 우승팀 GS칼텍스의 배유나(27)에게 밀려 신인왕은 되지 못했다. 10살 때 배구를 시작한 양효진은 한때 극도의 피로감과 무기력증을 느끼는 ‘번아웃 증후군’에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코트 밖 세상에 관심을 갖는 등 노력을 기울인 끝에 스스로 슬럼프를 이겨냈다.
양효진은 지난 시즌 여자프로배구에서 MVP를 차지하며 명실상부 최고 선수로 발돋움했다. 4년 연속 연봉 퀸이라는 명예도 뒤따랐다. 7년 연속 블로킹 1위에 오르는 등 ‘거미손’을 자랑한다. 지난 6월 도쿄에서 열린 리우올림픽 세계예선전에서 74득점을 올려 김연경과 함께 올림픽 본선 티켓 획득에 공을 세웠다. 190㎝의 장신에도 귀여운 외모로 ‘거요미’(거인+귀요미)란 애칭도 따라다닌다. 양효진을 앞세운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은 9일 오전 8시30분(한국시간) 러시아와 예선 A조 2차전을 치른다.
신훈 기자 zorba@kmib.co.kr
[잘 싸웠다! 태극전사] 여자 배구, 日에 ‘런던올림픽 빚’ 4년 만에 되갚아
입력 2016-08-07 18:01 수정 2016-08-07 2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