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주부 정모(27)씨는 맞춤형 보육이 시작된 지난달부터 본인 의사와 무관한 ‘긴급 보육바우처’를 매일 30분 쓰고 있다. 둘째 아들이 다니는 어린이집은 맞춤반 이용자에게 제공된 월 15시간의 바우처를 30일 기준으로 하루 30분씩 임의사용토록 했다. 어린이집에선 제도 시행에 따른 수입 감소를 막기 위해 지난달 이후 일괄적으로 바우처를 사용하고 있다. 정씨는 7일 “긴급 바우처가 30일 동안 쪼개서 쓰라는 의미로 만든 게 아닌데 취지와 다르게 이용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맞춤형 보육이 실시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학부모와 보육교사들의 불만은 높다. 보육 수요에 맞춰 영아(만 0∼2세)의 어린이집 이용을 종일반(12시간)과 맞춤반(6시간)으로 나누고, 맞춤반의 경우 월 15시간의 바우처를 쓰도록 했지만 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어린이집에서 임의로 바우처를 사용하게 하거나 종일반 등록을 유도하는 경우가 여전하다. 한 육아커뮤니티에는 “어느 날부터 아이의 하원 시간을 늦춰서 차량 이용 시간이 바뀐 줄 알았더니 바우처를 쓰게 하려고 일부러 시간을 늦춘 것이었다”는 글이 올라왔다. 또 다른 육아커뮤니티에선 “원장님이 우리 어린이집에 맞춤반 아이들이 많다며 혹시 종일반에 보낼 수 있는 조건이 되는 게 없냐고 물어보다가 ‘임신하세요’라는 말을 들어 기분이 나빴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종일반 이용자도 불만이 있긴 마찬가지다. ‘워킹맘’ 이모(38)씨는 “보다 자유롭게 종일반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고 하지만 어린이집 여건, 아이 정서 발달을 생각해 대부분 오후 4시 전후로 아이들을 데려오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수요에 맞춰 제도를 도입했다고 하는데 도대체 뭐가 달라졌는지 체감하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4대 보험(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없는 맞벌이의 경우 지방자치단체마다 요구하는 증빙자료가 제각각이라 혼란스럽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실제 정부의 단속에서도 비슷한 위법 사례가 적발됐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11∼29일 서류가 미비하거나 허위 등록이 의심되는 5만여건에 대해 현장 조사한 결과, 허위서류 제출 등의 방식으로 종일반 자격을 취득한 사례가 387건 적발됐다고 7일 밝혔다. 사업장, 사업자 번호 등 사업장을 확인할 수 없는 재직증명서를 제출한 사례가 적발된 것을 비롯해 발급받은 지 상당기간 지난 서류를 볼펜으로 고쳐 제출한 경우도 있었다.
상황이 이렇지만 정부에선 맞춤형 보육제도가 ‘부모 맞춤형’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고 자평했다. 복지부는 “맞춤형 보육은 부모의 보육 수요에 따라 서비스를 다양하게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부모의 희망 등·하원시간을 조사하고 이를 어린이집 운영계획에 반영토록 한 것이 가장 큰 변화”라고 설명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전체 어린이집의 93.9%가 어린이집 운영계획을 수립해 내놓았다.
김현길 이가현 기자 hgkim@kmib.co.kr
바우처 사용 종용·종일반 등록 유도… 현장 혼란 여전
입력 2016-08-07 21: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