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목마다 올림픽 금메달은 하나뿐이다. 승자가 나올 때까지 많은 패자들이 눈물을 뿌려야 한다. 누군가는 패배에 실망하고 다른 누군가는 자신의 한계에 슬퍼한다. 그러나 '인생 경기'를 준비하며 4년 동안 흘린 땀방울은 똑같이 고귀하다. 국민일보는 승패가 엇갈린 순간에 승자의 환희 뒤로 가려진 패자들의 땀도 조명해보고자 한다.
한국 선수단 중 첫 금메달 낭보를 안겨줄 것으로 기대했던 ‘사격 황제’ 진종오(37)가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사격 남자 공기권총 10m 결선에서 5위에 그치며 2012년 런던올림픽에 이어 이 부문 2회 연속 우승의 꿈이 날아갔다.
그러나 실망하긴 이르다. 주 종목인 50m 경기가 남아 있다. ‘올림픽 3개 대회 연속 금메달’ 도전은 현재진행형이다.
진종오는 6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데오도루 올림픽 사격장에서 열린 남자 공기권총 10m 결선에서 139.8점으로 5위에 머물렀다. 예선에서 600점 만점에 584점을 얻어 전체 2위로 결선에 진출했으나 결선에서 맥없이 물러났다.
아무래도 바뀐 룰에 대한 부담이 컸다. 국제사격연맹(ISSF)은 2012년 런던올림픽 이후 경기 규칙을 개정했다. 과거엔 예선 기록 점수를 안고 결선에 올라 누적된 점수로 메달 색을 가렸다. 그러나 바뀐 룰은 예선과 결선을 나눴다. 예선은 그저 8명의 결선자를 가리는 무대일 뿐이다. 결선에 오른 선수들이 ‘0’ 베이스에서 다시 20발을 쏜다.
진종오의 584점은 바뀐 룰대로 결선에서 사라졌다. 결선은 ‘서바이벌 방식’으로 진행됐다. 7번째 발부터 2발씩 쏴서 최저 점수자를 한 명씩 탈락시키는 방식이다. 한 발만 실수해도 탈락할 수 있다.
진종오는 첫 3발에서 30.5점을 기록했다. 6번째 발까지 중위권 성적을 보인 진종오는 서바이벌로 들어가자 고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12발까지 5위를 기록하던 진종오는 13번째 발에서 10.6점을 쏘며 단번에 3위로 치고 올라갔다. 그러나 14번째 사격에서 실수하면서 9.1점을 획득, 4번째로 탈락하며 경기를 마쳤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의 악몽이 되살아난 순간이었다. 당시에도 진종오는 빼어난 성적으로 예선을 통과했지만 결선에서 흔들리며 메달을 놓친 경험이 있다.
경기장 주변 환경도 진종오 편이 아니었다. 고도의 집중력을 유지해야 함에도 이날 경기장은 나팔 응원으로 시끄러웠다. 진종오는 “죄송합니다”란 한 마디만 남기고 경기장을 떠났다.
아쉬움은 남지만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10일 나서는 50m 권총은 진종오의 주 종목이다. 실제 10m 공기권총에선 세계랭킹 4위지만 50m는 1위다. 진종오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부터 이 종목 금메달을 놓치지 않았다. 룰이 바뀐 이후에도 국제대회 등에서 꾸준히 세계 정상 자리를 지켰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괜찮아…괜찮아…] 서바이벌 룰이 발목… ‘사격 황제’ 도전은 계속된다
입력 2016-08-08 0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