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규엽 기자의 굿모닝 리우!] 저비용 개회식 ‘감동’… 평창올림픽도 배울 필요

입력 2016-08-08 04:10
2016 리우올림픽에 참석한 최룡해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가운데)이 6일(현지시간) 유도 경기장을 찾아 북한 대표팀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모규엽 기자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이 지난 5일 오후 8시(이하 현지시간) 브라질 리우 마라카낭 주경기장에서 개회식을 열고 그 시작을 알렸습니다. 별 기대를 하지 않고 지켜본 개회식은 한마디로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감동이었습니다. 주제였던 대자연과 환경, 다양성이 그대로 잘 드러났습니다. 그리고 저예산으로도 얼마든지 좋은 공연과 메시지를 보여줄 수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처음 공연에선 아마존 숲으로 뒤덮인 태초의 브라질과 차례로 인간들이 도착했습니다. 아마존 원주민, 포르투갈인들의 도착, 아프리카 노예와 아랍인, 아시아인들의 이주가 이어지는 퍼포먼스가 펼쳐졌습니다.

개회식 분위기는 보사노바의 선구자 안토니우 카를로스 조빔의 손자 다니엘 조빔이 할아버지의 유명한 곡 ‘이파네마에서 온 소녀(The girl from Ipanema)’를 직접 연주하고 노래하면서 더욱 뜨거워졌습니다. 브라질 출신의 세계적인 모델 지젤 번천이 직접 나와 워킹을 한 뒤 노래가 끝나자 함께 사라지는 장면은 아름다움 그 자체였습니다. 브라질 빈민가인 파벨라에 사는 사람들의 생활을 보여주는 공연도 이어졌습니다.

선수단 입장이 시작됐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모든 사람이 환호성과 함께 기립박수를 보냈습니다. 바로 난민팀이 입장할 때였습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이에 굴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난민팀 선수들을 뜨겁게 반겼습니다.

그래도 가장 열광적인 움직임은 브라질 선수단이 입장할 때였습니다. 갑자기 음악이 바뀌었습니다. ‘브라질의 수채화(Aquarela do Brasil)’라는 음악이 깔리고 브라질 선수들이 들어오자 모두가 그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며 “브라지우”를 외쳤습니다. 브라질 사람들은 자신의 나라를 브라지우라고 부릅니다. 리우올림픽에선 5가지 색 오륜이 모두가 초록색 원으로 바뀌어 자연의 중요성도 강조했습니다.

좀 민망한 장면도 있었습니다. 미셰우 테메르 대통령 권한대행이 올림픽 개막을 공식선언할 때였습니다. 관중이 일제히 그에게 야유를 퍼붓는 것이었습니다. 안 좋은 경제 사정에 왜 올림픽을 유치했느냐는 목소리였습니다.

그런데 개회식 내내 제 머릿속에는 2년 전 치러진 인천 아시안게임이 맴돌았습니다. 당시 개회식은 한국의 문화와 역사 등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고, K팝 스타들의 콘서트만 계속돼 국내외에서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를 들었죠. 당시 한국은 개회식에 150억원을 소요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리우 개회식은 그의 3분의 1인 55억원이 들었습니다. 안 좋은 경제 사정으로 최소 비용을 들였지만 브라질은 상당히 괜찮은 개회식을 했습니다. 때문에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한국 기자들끼리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인천 때랑 다른 게 감독의 역량 차이인가”라는 말까지 나오더군요.

자연스럽게 2년 후에 열리는 평창 동계올림픽도 이런 걸 배우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현지에 온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관계자들도 리우올림픽 개회식에 적잖이 신경을 쓰더군요. 한 조직위 관계자는 “요즘 추세가 이런 저예산 고효율인데 우리도 많은 것을 연구해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부디 리우의 좋은 것을 배워 우리에게 맞게 잘 준비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리우데자네이루=모규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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