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청년들 내뿜는 열정에 내가 되레 힘얻어”

입력 2016-08-08 20:39
커크 프랭클린 위클리프국제연대(WGA) 총재는 지난 3일 “한국교회는 그간 세계선교에 엄청난 기여를 해 왔다”며 “‘하나님의 공동체’란 마음으로 WGA 등 여러 선교단체와 연대해 더 큰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보연 인턴기자
커크 프랭클린 총재가 지난 1∼6일 서울 광진구 세종대에서 열린 ‘선교한국 2016 대회’ 전체집회에서 강연하고 있다(왼쪽). 대회 전체집회에 참석한 청년들이 찬양하는 모습. 선교한국 제공
“예수님은 전도자이자 영적 영웅이며, 그리스도인의 모범이 되는 분입니다. 그분의 부르심을 따라 선교사로, 제자로 살아가는 우리는 모욕과 수치를 감수하고 그분에게 나아가야 합니다.”

커크 프랭클린(57) 위클리프국제연대(WGA) 총재가 지난 1일부터 5박6일간 열린 ‘선교한국 2016 대회’에 참석한 한국 청년 2500여명에게 당부한 말이다. 대회 주강사로 초청된 프랭클린 총재는 3일간 ‘그런즉 우리도’(히 13:13)를 주제로 전체집회에서 말씀을 전했다.

그가 총재로 있는 WGA는 모국어 성경이 없는 종족에게 성경을 번역해주며 복음을 전하는 전 세계 교회·선교단체 연합체다. 현재 119개 단체가 소속돼 있으며 국내 성경번역단체인 GBT성경번역선교회(대표 윤누가 선교사)도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WGA의 원형은 1934년 미국에서 출발한 ‘위클리프성경번역선교회(WBT)’지만 더 많은 세계 교회·선교단체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이들의 동참을 격려하기 위해 2011년 명칭을 바꿨다.

지난 3일 서울 광진구 장로회신학대에서 만난 프랭클린 총재는 “선교한국 대회 집회장을 가득 채운 수많은 청년들이 내뿜는 열정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선교를 배우려는 젊은이들의 진지한 표정에서 설교하는 자신이 오히려 격려를 받았다는 것이다. 그는 “청년을 모으기 힘든 시대에 2500여명이 선교대회에 참석한 건 정말 놀라운 일”이라며 “앞으로 이들의 삶에 수많은 기회와 도전, 어려움이 펼쳐지겠지만 어디서든 끝까지 믿음을 지키는 자세를 잃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현장 사역자이자 선교신학자인 그는 세계선교의 흐름과 해결과제, 한국선교 및 선교사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프랭클린 총재는 비서구권 교회가 세계선교의 주역이 되고 선교계 내 연합이 강화되는 경향이 두드러진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과거 선교지역이던 곳이 선교사 파송 국가가 되고, 선교사를 파송했던 국가가 최근 선교지역이 되는 등 선교계의 지각변동이 점차 극심해지는 게 그 방증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런 현상 때문에 각국의 교회와 선교단체들이 서로 연합하고 협력하는 추세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선교방식의 변화 또한 최근 세계선교 사역에서 발견되는 주요한 흐름이다. 선교사가 일방적으로 복음을 선포하는 게 기존의 방식이었다면 요즘엔 빈곤 보건 난민 등 사회적 문제해결을 통한 선교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전통적 선교방식만 고집하다간 질병, 테러 등 선교지에서 생기는 다양한 문제에 적절히 대처할 수 없다”며 “이제는 복음 전파와 사회 문제 해결을 균형 있게 해 나가는 총체적 선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선교사는 학교·교회·병원 개척 숫자나 1대1 결연 등 눈에 보이는 결과 대신 하나님께서 선교지에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에 좀 더 집중해야한다”며 “선교 업적 때문에 하나님의 선교가 곡해되지 않도록 선교지의 사건·사고 이면에 있는 그분의 뜻을 발견하려 노력하라”고 주문했다.

선교지와 피선교지의 문명 격차가 줄어들고 물질만능주의가 확산된 것도 선교방식에 변화를 가져온 한 요인이다. 이제 외딴 섬의 원주민도 선교사처럼 스마트폰으로 이웃과 소통하고 집안에서 TV로 해외 소식을 접한다. 이런 시대에 전투적인 선포 형태의 기존 선교방식은 현지인, 특히 청년들에게 적대감만 심어준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그는 “현대 선교사의 숙제는 현지인에게 적대감을 일으키지 않는 동시에 복음의 권위를 손상시키지 않는 새로운 선교방법을 발견하는 것”이라며 “틀에 박힌 형식 대신 선교지의 교회·선교단체와 정보, 역량을 공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국선교에 대해선 선교사들이 위험지역에 앞장서 가며 기도에 열심을 내고 파송교회와의 연합이 끈끈하다는 점을 강점으로 꼽았다. 하지만 미국교회 및 신학에 편중이 심하고 숫자에 너무 연연하는 모습이 아쉽다고 했다.

프랭클린 총재는 “선교는 하나님께서 이 땅에 세운 전 우주적인 교회와 동역하는 것”이라며 “지금껏 한국교회가 세계선교에 많은 기여를 한만큼 앞으로도 수많은 선교단체, 지역공동체와 교류하며 더 큰 역할을 감당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글=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사진=김보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