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32곳이 강도 높은 구조조정 대상으로 선정됐다. 금융감독원은 7일 금융권에서 500억원 이상을 빌린 대기업 1973곳 가운데 부실 징후 가능성이 있는 602곳을 평가한 결과 C·D등급을 받은 기업이 각각 13곳과 19곳이었다고 밝혔다. 4단계(A∼D등급)평가 중 A·B등급은 정상기업으로 분류되지만 C등급은 금융기관과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을 진행해야 하고, D등급은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해야 한다. 기업의 구조조정 강도는 채권단 자율협약, 워크아웃, 법정관리 순으로 높아진다. C·D등급을 받은 기업이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를 신청하지 않으면 여신회수 등의 불이익을 받게 된다.
금감원이 이날 발표한 ‘2016년도 대기업 신용위험 정기평가’에서 가장 큰 문제는 부실기업인 대우조선해양을 정상기업인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과 같은 B등급으로 분류한 점이다. 부채비율이 134%인 현대중공업과 7300%에 달하는 대우조선해양을 똑같이 취급하면 안 된다. 주식시장의 평가도 극과 극을 달리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52주 신고가를 경신한 반면 주가가 급락한 대우조선해양은 주식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한국거래소가 상장적격성 실질심사와 관련한 조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후한 평가를 매긴다 해도 채권단 자율협약을 받아온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이 받은 것처럼 최소한 C등급은 줘야 한다. 이래야 시장이 신용위험 정기평가를 신뢰할 수 있다. 그런데도 금감원은 “(대우조선해양의) 취약요인은 있지만 자구계획안과 대주주의 정상화 의지 등을 고려할 때 취약요인을 해소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런 평가와 해명을 곧이곧대로 믿을 국민들이 얼마나 있을까. 남상태·고재호 전 사장 재임 시절 5조원 이상의 분식회계를 벌인 것으로 드러난 대우조선해양이 정성립 현 사장 체제에서도 1200억원가량의 분식회계를 자행한 혐의를 잡고 검찰이 수사하고 있다. 채권단 지원이 중단될 것을 우려해 회계 사기를 벌인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분식회계를 일삼는 대우조선해양의 자구계획안과 부실기업 관리·감독에 실패한 대주주의 정상화 의지를 어떻게 믿으라는 건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전·현직, 위아래를 막론하고 부패한 대우조선해양에서 앞으로 무슨 비리가 터질지 알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금감원과 채권단이 대우조선해양에 대해 부실 평가를 한 것은 관리·감독 책임을 모면하기 위한 꼼수가 아닌지 묻고 싶다. 정부와 채권단은 대우조선해양의 생사를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올해 구조조정 대상 기업이 지난해보다 3곳 줄었지만 자산 규모와 신용공여액은 각각 13조8000억원과 12조4000억원이나 급증했다. 구조조정 작업이 차질을 빚으면 부실기업이 한국경제에 시한폭탄으로 작용할 수 있다.
[사설] 부실기업 대우조선을 정상기업 취급하지 말라
입력 2016-08-07 1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