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레스 코드: 간편복.’
기획재정부는 지난 3일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강원도 춘천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방문했을 때 ‘현장방문 총괄 개요’라는 문서를 작성했다. 유 부총리는 여름 휴가 중이었다. 문서 상단에 짧게 적힌 이 문구를 두고 ‘휴가 중에도 나라 걱정하는 장관’ 코스프레(코스튬 플레이)냐는 얘기가 나왔다.
올여름 경제부처 장관들의 휴가 패턴은 유 부총리와 비슷했다. 휴가 기간은 2∼3일이었고, 휴가 중에도 청사에 나오거나 현장을 방문했다.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휴가 첫날 국회로 출근한 뒤 부산에서 열린 조선업 간담회에 참석했다.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역시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일까지 예천 곤충엑스포 행사에 이어 의성, 울산을 차례로 방문해 농촌 여행을 장려했다. 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 역시 4∼5일 구조조정 중인 조선·해운업체들이 몰려 있는 울산과 경주 어촌체험마을에 머물렀다.
장관들의 휴가지 현장 방문은 박근혜 정부 들어 나타난 풍경이다. 상사 눈치 보느라 휴가도 마음 편히 못 가는 한국의 조직 풍토가 부처에도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올해도 휴가지인 울산에서 재래시장 등을 찾았다. 경제가 안 좋은데 장관들이 마음 편히 쉴 수 있느냐는 곱지 않은 시선도 한몫했다.
덕분에 각 부처의 공무원들도 힘들어졌다. 장관들의 현장방문 코스프레를 풍성하게 만들려고 기자들을 동원하느라 애를 먹기도 했다. 한 공무원은 “잘 놀아야 업무 효율성도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나 기사들이 나오는데 우리나라는 일하는 게 미덕이라는 사회적 풍토가 여전한 것 같다”고 토로했다.
참고로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8일부터 17일간 임기 중 마지막 휴가를 떠난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지난달 19일부터 이탈리아에서 3주간 휴가를 보내고 돌아왔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
[관가 뒷談] 휴가도 마음 편히 못가는 장관들
입력 2016-08-07 1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