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방자치단체의 복지 사업에 이어 일자리 사업까지 ‘사전협의제’를 통해 통제하고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교부세 삭감·반환 등 불이익을 주겠다고 밝혔다. 지자체는 이와관련, 지역 특성에 맞는 독자적인 사업을 사전협의제와 교부세로 옥죄는 것은 헌법에 규정된 지방자치 정신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지자체의 복지제도 신설·변경 시 정부와 사전 협의토록 한 사회보장기본법을 근거로 서울시의 청년활동지원(청년수당) 사업을 직권 취소한 데 이어 고용노동부가 지자체의 일자리 사업 사전협의제를 신설하는 내용의 고용정책기본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1일 입법예고를 마친 고용정책기본법 개정안에 따르면 지자체장은 재정지원 일자리 사업 신설 또는 변경 시 고용노동부 장관과 협의해야 한다. 협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정책심의회가 내용을 조정하고 기획재정부 장관은 협의·조정 결과를 반영해 다음 연도 예산을 편성하도록 했다. 또 지자체가 사전협의 의무를 위반하거나 협의·조정 결과를 따르지 않을 경우 교부세를 감액하거나 이미 지급된 교부세 일부의 반환을 요청할 수 있다.
김경선 고용노동부 노동시장정책관은 “연내 일자리 사전협의제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내년부터는 자치단체 일자리 사업을 대상으로 사전협의제를 확대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서울시와 경기도 부산시 강원도 경남도 제주특별자치도 등 6개 광역 시·도가 일제히 반대 의견을 냈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지역 특성을 무시한 중앙정부의 과도한 규제라고 반발했다.
유연식 서울시 일자리노동국장은 7일 “지자체가 지역 특성에 맞게 다양한 일자리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데 이를 중앙정부가 일률적인 잣대로 재단하겠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다른 시·도와 연합해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입법예고한 대로 법이 개정되면 서울형 뉴딜일자리 사업 등의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에 서울시는 향후 차관회의와 국무회의에서 반대 의견을 밝힐 예정이다.
경기도와 부산시 경남도 제주도 등도 일자리 사전협의제가 정부의 고용률 70% 목표 달성을 위한 지자체의 일자리 창출 의지를 떨어뜨린다고 지적했다.
6개 시·도는 일자리 사업 범위에 대한 규정이 대통령령에 위임되면 지자체에 대한 정부의 광범위한 통제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사전협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업과 직접 관련 없는 교부세를 감액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사전협의를 하느라 사업의 적기를 놓칠 경우 정책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특히 사업 내용보다 해당 사업을 추진하는 단체장을 견제하기 위한 정치적 포석으로 악용돼 청년수당 사업처럼 정부의 시정명령과 직권취소, 이에 불복한 지자체의 가처분 신청 및 대법원 제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될 가능성도 있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
“일자리사업 사전협의 안하면 교부세 삭감·회수” 정부-지자체 ‘충돌 2라운드’
입력 2016-08-08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