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만명이 강제 동원됐고, 겨우 2만명이 살아 돌아왔다. 일제강점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존재는 1991년 김학순 할머니의 증언을 시작으로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238명이 위안부 피해자로 공식 등록됐다. 현재 생존자는 40명이다.
작가 김숨(42)이 그간 한국 문학이 잘 다루지 않았던 위안부 문제를 소재로 한 장편소설 ‘한 명’(현대문학·사진)을 냈다. 소설은 시간이 흘러 위안부 피해 생존자가 단 한 명뿐인 시점을 상정한다.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만난 작가는 “지난해에만 아홉 분이 돌아가졌다. 더 늦기 전에 써야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했지만 감당하기 쉬운 소재가 아니라서 무척 조심스러웠다”고 운을 뗐다. 작가가 소설적 상상이 아니라 당사자들이 남긴 증언집을 토대로 객관적 진실을 확보하려고 애쓴 이유다.
소설은 위안부 피해자 중 한 명이 간밤에 세상을 떴다는 뉴스를 들은 주인공 할머니 ‘풍길’이 “여기 한 명이 더 살아 있다”고 중얼거리는 것에서 시작한다. 피해자 등록을 하지 않은 그녀는 80년 전 열세 살 나이에 강가에서 다슬기를 잡다가 난데없이 나타난 사내들에게 잡혀 만주로 끌려갔다. 이어 풍길를 비롯한 다른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겪었던 참혹하고 끔찍했던 위안소 생활, 광복과 함께 귀국해서 스스로 죄인처럼 살아야 했던 고통스러운 삶이 펼쳐진다.
군인 백 명을 왜 우리가 상대해야 하느냐고 반항하다가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못이 수십 개 박힌 문짝 위에 몸을 굴리는 고문을 당한 끝에 즉사한 석순 언니, 벌겋게 달군 쇠막대를 질에 넣어 후비는 위안소 관리자, 도망치다 헌병대에 붙잡혀 칼로 발을 베이는 주인공….
한국뿐 아니라 북한, 인도네시아, 중국 등 여러 나라 위안부 피해자들의 증언을 담은 책자, 기사, 영상 다큐멘터리 등이 바탕이 된 현실은 믿기지 않을 만큼 끔찍하다.
작가는 “위안부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단편적으로 아는 경우가 많다”며 “제 소설이 그분들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독자들이 제대로 알게 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작가는 지난해 한·일 정부가 타결한 위안부 피해 협상에 대해 “사실 인정과 진정한 사과라는 절차를 무시하고 피해자들을 구경꾼으로 위치시킨 일방적인 합의”라고 말한다. 소설에는 ‘신도 대신해줄 수 없는 그 한마디’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작가는 “진정한 한마디야말로 할머니들이 듣고 싶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글=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사진=김지훈 기자
[인터뷰] “상상력 아닌 생생한 증언집을 토대로 썼다”
입력 2016-08-07 19:36 수정 2016-08-07 21: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