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빨리 돌아오시라”… 孫 미소만

입력 2016-08-07 18:10 수정 2016-08-07 21:38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6일 오후 전남 목포 삼학로 김대중노벨평화상 기념관 광장에서 손학규 전 상임고문과 만나 웃으며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정계 복귀 수순을 밟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손학규 전 상임고문이 7일 전남 신안 하의도에 있는 고(故)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생가를 방문해 “(DJ는) 미래를 보는 지도자였다”고 말했다. “더 이상 물러설 데가 없다”는 말로 정치 재개를 기정사실화한 손 전 고문의 행보가 빨라지면서 9월 복귀설에 힘이 실리고 있다. 같은 날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는 애국지사 매천 황현 선생의 생가를 찾았다.

손 전 고문은 “2년 전 정치를 떠날 때 아침에 조용히 집사람과 둘이 김대중 선생 묘소를 참배하고 강진에 갔다”고 운을 뗐다. 이어 “우리나라가 지금 경제 사회적으로 어렵고 남북관계는 절벽에 처해 있다”며 “미래를 보는 정치가,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추도식 후 모래구미 해수욕장을 맨발로 걷고 큰바위얼굴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정계복귀 시기와 방식, 향후 일정 등에 대해선 입을 닫았다. 손 전 고문은 2년 전 7·30 수원 팔달 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김용남 전 의원에게 패한 직후 정계 은퇴를 선언하고 강진에 머물렀다. 그러다 지난 5월 “정치의 새 판을 짜겠다”며 복귀의 신호탄을 쐈고 각종 행사와 지지자 모임에 자주 얼굴을 비치고 있다. 이달 말엔 ‘대한민국 대개조’에 대한 구상을 담은 저서를 출간할 예정이다.

문 전 대표는 하의도 대신 일제에 국권을 빼앗기자 음독 자결한 매천 선생의 전남 광양 생가에 갔다. 이 자리에서 “매천 선생은 비판만 하신 것이 아니라 대안과 방책을 제시하고 말로써 그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책임까지 지신 분이었다”고 높이 평가했다. 문 전 대표는 생가 마루에 비치된 방명록에 “추상같은 비판정신과 우국충심을 깊이 새깁니다”라고 썼다.

문 전 대표와 손 전 고문은 전날 목포 김대중노벨평화상 기념관에서 열린 평화와 희망의 밤 콘서트에서 만났다. 2012년 대선 이후 공개석상에서 만나 대화할 기회가 드물었던 두 사람의 조우는 그 자체로 관심을 모았다. 행사가 끝나고 문 전 대표가 먼저 손 전 고문을 찾아가 “요즘 언론에 비치는 모습이 좋아 보입니다. 빨리 (당에) 돌아오셔서 힘을 주셔야죠”라고 말을 건넸다. 이에 손 전 고문은 활짝 웃기만 할 뿐 답을 하지는 않았다. 1박2일간의 공개 행사를 마치고 문 전 대표는 양산 자택으로, 손 전 고문은 강진으로 돌아갔다. 야권의 유력 주자들이 호남 구애에 공을 들이면서 대선 경쟁이 조기에 불붙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