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지호일] 공수처의 함정

입력 2016-08-07 18:58

지금의 검찰은 냄비 속 생선과 같다. 검찰 요리법을 두고 사방에서 궁리가 한창인데, 눈만 끔뻑일 뿐 속수무책이다. 어쩌겠나. 홍만표 진경준 등으로 불신의 그물을 짜고 스스로 뛰어든 게 검찰이거늘. 과거를 돌아봐도 검찰개혁 문제는 늘 내부에서 발원해 외풍을 부르는 식으로 전개됐다. 검찰에 대한 비판은 대부분 막강한 검찰권과 연결된다. 하지 말아야 할 기소를 하는 것, 마땅히 해야 할 기소를 하지 않는 것, 검사들의 잇단 비리…. 검찰개혁 논의 역시 검찰의 손에 쥐어진 권한을 줄이는 쪽을 향해 왔다.

칼자루를 쥔 야3당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을 금과옥조처럼 밀고 있다. 그러나 지금의 공수처 방안에는 몇 가지 중대 결함이 있다. 공수처의 명분은 ‘정치적으로 독립된 수사기관’이다. 그런데 야당은 국회의원 10분의 1의 요구로 공수처의 수사권이 발동되도록 하려 한다. 의원 30명만 모으면 원하는 사안에 공수처를 움직일 수 있으니, 이 수사는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혹여 청와대-검찰 동맹의 대항마로 정당-공수처 라인을 두겠다는 발상은 아닌지. 그러면 정치풍파에 공수처 수사가 춤출 상황이 뻔히 예견되지 않나.

현 구상 속에서 공수처의 수사 능력이 담보될지도 의문이다. 고위공직자 비리는 구조적으로 복잡하고 교묘하다. 이를 파헤치는 데는 고도로 훈련된 수사 전문가와 지원 시스템이 필수다. 배후가 있는 정보, 이해관계가 걸린 첩보를 걸러내는 내공도 필요하다. 가령 뇌물사건의 경우 금품 제공자 수사부터 탄탄하게 진행해 공직자와의 유착을 입증하는 게 정석이다. 공직자만 떼어 내 역순으로 수사하거나 수사 중간단계를 생략한 채 공직자 비리를 바로 찔러가는 수사는 ‘표적수사’ 시비를 낳기 십상이다.

검찰이 변화해야 할 시점이 됐다고 해도, 공수처를 절대적 대안으로 보는 건 신기루다. 검찰권의 상징이던 중앙수사부를 폐지시켰지만 지금에 와 ‘그게 그거인 일’이 됐듯이. 글=지호일 차장, 삽화=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