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첫 金’ 호앙, 그 뒤엔 한국인 감독 ‘집중력 훈련’

입력 2016-08-08 04:00
베트남 국가대표 호앙 쑤안 빈이 6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데오도루 올림픽 사격장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남자 10m 공기권총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들어 보이고 있다. AP뉴시스
박충건 감독
사격 불모지인 베트남에 첫 올림픽 금메달을 선물한 건 호앙 쑤안 빈(42)이었다. 그러나 그를 시상대 제일 위로 이끈 이는 한국의 박충건(50) 감독이었다. 모든 이의 시선이 금메달을 목에 건 호앙에게 향할 때 호앙은 시상대 위에서 스승을 바라봤다. 그의 눈빛엔 박 감독에 대한 고마움과 신뢰가 담겨 있었다.

박 감독과 호앙의 인연은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경북체육회 사격팀 감독이었다. 경북체육회는 2010년부터 베트남 사격대표팀과 연 2∼3회 합동 교환훈련을 해왔다. 경북체육회 소속 사격팀이 베트남 선수촌으로 가서 훈련하고, 베트남 선수들이 한국으로 와서 훈련을 받기도 했다.

권총사격 선수 출신으로 25m가 주 종목이었던 박 감독은 베트남 권총 선수들을 집중 지도했다. 그 결과 베트남은 2012년 1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아시아사격선수권대회에서 은 1, 동 1개를 획득하며 그해 런던올림픽 출전이라는 쾌거를 일궈냈다. 출전권을 따낸 2명 중 1명이 호앙이었다. 박 감독은 공로를 인정받아 베트남 문화체육관광부 의장으로부터 감사 서한을 받기도 했다.

박 감독은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이후 적을 완전히 베트남으로 옮겼다. 베트남 사격대표팀 사령탑에 오르며 호앙과 다시 한 번 사제의 연을 맺었다. 박 감독은 한국식 훈련 방식을 도입했다. 한국에서 전지훈련을 하면서 한국 양궁·사격 선수들의 소음 대비 훈련을 벤치마킹했다. 선수 시절 부족함을 메우려 했던 연구들이 베트남에서 빛을 발했다.

박 감독은 선수시절 뚜렷한 결과를 내진 못했지만 고민과 연구를 많이 하는 선수였다. 경북체육회 감독을 맡기 전 국가대표 후보팀 전담 감독으로 발탁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박 감독을 잘 아는 대한사격연맹 관계자는 7일 “선수 시절부터 집중력 향상 등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메우기 위한 여러 연구를 많이 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호앙의 실력은 박 감독을 만나 일취월장했다. 박 감독은 호앙에게 기술적인 부분보다 정신적인 부분에 집중했다. 특히 집중력에 초점을 뒀다. 호앙은 국제대회에서 상위권에 있으면서도 항상 마지막 2%가 부족했다. 마지막 한 발을 못 쏴서 메달권에서 멀어지는 경우가 허다했다. 박 감독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진행한 베트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호앙에게 기술적으로 가르칠 것은 더 이상 없다”며 “그는 완벽하려고 하다 보니 지나치게 압박을 받는다. 항상 10.9(만점)를 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박 감독은 2012년 런던올림픽 10m 예선 9위에 그쳤던 호앙을 불과 2년여 만에 세계 챔피언으로 만들었다. 호앙은 10m 결선에서 마지막 한 발을 남겨두고 우 펠리페 알마이다(브라질)에게 0.2점 뒤지고 있었다. 알마이다는 브라질 홈팬들의 열광적인 응원까지 받고 있었다. 그러나 호앙은 흔들리지 않았다. 브라질 팬들의 부부젤라 응원 방해에도 침착하게 마지막 한 발을 쐈다. 10.7점을 쏘며 9.9점에 그친 알마이다에게 0.4점 차로 역전에 성공했다. 그가 기록한 202.5점은 올림픽 신기록이다.

호앙은 1위가 확정된 뒤 박 감독과 기쁨을 나눴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박 감독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감독님’이라는 말은 한국어였다. 그런 그를 흐뭇하게 바라보던 박 감독은 호앙과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