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 새벽 아파트 놀이터에서 불을 피우다 화재를 낸 중학생들에 대해 법원이 “부모들에게도 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자녀들이 밤늦게 밖을 돌아다니며 위험한 행동을 하지 않도록 보호·감독해야 할 의무를 소홀히 했다는 취지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7단독 공현진 판사는 A보험사가 김모(당시 14세)군 등 3명과 그 부모들을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7일 밝혔다. 김군 등은 지난해 1월 새벽 4시쯤 길거리를 돌아다니다 한 아파트 단지 내 놀이터에서 “날이 추우니 불을 피우자”며 종이상자를 모아 불을 붙였다. 불길은 플라스틱으로 된 놀이기구 등에 옮겨 붙었고, 약 7600만원의 재산 피해가 났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화재보험금을 지급한 A보험사는 “불법행위로 발생한 보험금을 달라”며 소송을 냈다.
법원은 김군 등과 그 부모들의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공 판사는 “김군 등은 당시 중학교 1학년으로 놀이기구에 불이 옮겨 붙거나 주변에 불이 번질 수 있음을 판단할 능력이 있었다”며 “부모들은 자녀들이 늦은 시간 길거리를 배회하며 위험한 행위 등을 하지 않도록 주의를 줘야 할 의무를 소홀히 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김군 등이 미성년자인 점 등을 고려해 책임 범위를 70%로 제한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놀이기구에 불낸 중학생… 부모도 과실 책임
입력 2016-08-07 1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