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연합(한교연)과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는 태생이 다르고 조직 분위기도 다르다. 한쪽은 중·대형 교단이, 한쪽은 군소교단이 주축이 돼 있다.
특히 한기총에는 이단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다수 들어와 있다. 한기총의 이단 문제는 홍재철 전 대표회장 때 발생한 것으로 통합논의의 최대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단에 연루된 이들은 한기총에서 감투까지 쓰고 활동한다. 겉으론 통합을 지지하지만 속으론 그렇지 않을 것이다. 한교연과 통합하면 다시 이단으로 내몰릴 수 있는데, 그런 위험을 감수할 리 없다.
한교연도 무조건 통합을 찬성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두 기관이 통합하면 한교연 임직원의 자리도 절반은 없어질 것이다. 통합되면 자신이 투입한 재정과 에너지를 보상받지 못할 사람도 있다. 이해관계가 이처럼 제각각이다 보니 은근히 통합을 바라지 않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정치인들은 책임져야 할 잘못을 하면 과감히 자신의 자리를 내려놓는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교계에선 그러지 않는다. 책임을 지지 않고 하나님의 뜻이라며 밀어붙이려 한다. 정치인들을 비난할 자격도 없는 사람들이다.
양 기관 인사들이 진정으로 통합을 원한다면 감투부터 내려놓을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한국교회를 분열로 얼룩지게 하고 대표성을 보여주지 못했다면 그 정도 의지는 보여줘야 한다.
한기총과 한교연의 모든 이해관계자들은 처음 소명 받고 신학교에 들어갈 때처럼 낮아지는 마음과 사명감을 갖고 한국교회를 위해 완전히 내려놓아야 한다.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양쪽의 모든 임원들이 대표회장에게 일괄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고 한시적으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 통합을 이뤄가는 것이다.
구체적인 방법은 이렇다. 1단계로 양 기관의 모든 임직원이 대표회장에게 사직서를 제출한다. 2단계로 양측 대표회장이 통합 로드맵을 확정 짓고 사임한다. 3단계로 박종순 김삼환 손인웅 이정익 목사 등 교계 원로급들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가 바통을 이어받아 2∼3년간 통합조직을 운영한다. 4단계로 조직 정상화와 함께 새로운 통합 대표회장을 선출한다. 이단이나 이들로부터 도움 받은 사람들은 배제하고 깨끗한 사람, 실력 있는 사람을 등용하고 교계에서 존경 받는 지도자들을 세운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통합, 고신 등 다수의 교단은 이단과 절대 함께할 수 없다는 단호한 입장이라는 사실을 잘 안다. 그러나 한기총의 이단문제를 해결하려면 건전한 교단이 함께하는 방법밖에 없다. 이단 연루 인사들이 기득권을 유지하고 있는 한기총에서 자체적으로 이단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교연이 제기하는 선(先) 이단처리, 후(後) 통합논의는 현실성이 없다. 실현 불가능한 것을 선결조건으로 내놓은 것은 통합의지가 없다는 말과 마찬가지다. 임직원들의 사표 제출과 대표회장에 대한 전권 부여, 비대위 구성을 통해서도 이단 문제에 대한 한교연의 우려는 대부분 해소될 수 있다.
한기총과 한교연이 지금 이 기회를 놓치면 골든타임은 지나갈 것이다. 난파선처럼 한국교회도 가라앉을 것이다. 지금이야 말로 하나님이 주신 찬스다.
헌법에 명시된 대로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 하지만 한국 교계의 정치는 성도가 아닌 목회자가 중심이다. 문제의 원인이 목회자들에게 있으니 해결을 위해선 목회자들이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뜻이다. 진실로 예수님을 믿는다면, 성경을 하나님 말씀으로 인정한다면 감투부터 내려놓아야 한다. 스스로 내려놓으면 반드시 새로운 기회가 생길 것이다. 한교연과 한기총 대표회장, 임직원들이 자기를 포기하고 한국교회를 살리는 큰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
김봉준 목사 <서울 아홉길사랑교회 담임목사, 기하성 여의도순복음 부총회장>
[한기총-한교연 통합을 위한 릴레이 기고] 기득권 내려놓고 통합이 먼저다
입력 2016-08-07 20: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