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파일] 녹는 스텐트와 심혈관질환 치료

입력 2016-08-08 20:10 수정 2016-08-08 20:12
강시혁 분당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전 세계 사망원인 1위를 차지하는 심장혈관질환 치료에 ‘녹는 스텐트’ 바람이 불고 있다. 하지만 임상 적용 시에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스텐트는 심근경색이나 협심증과 같은 심장혈관질환 치료 시 내강이 좁아지고 막힌 혈관을 넓혀 다시 좁아지는 것(재협착)을 예방할 목적으로 사용하는 미세 철망을 가리킨다. 금속성 스텐트와 녹는 스텐트 두 종류가 있는데, 녹는 게 최신형이다.

금속성 스텐트는 시술이 용이하고 심장혈관 재협착 방지 효과가 우수하다는 게 장점이다. 하지만 한번 넣으면 다시 뺄 수 없는 게 단점이다. 그 결과 스텐트 골절, 재협착, 스텐트 혈전증 등과 같은 또 다른 합병증을 낳아 골칫거리로 지목돼 왔다.

녹는 스텐트, 다시 말해 생체 흡수형 스텐트는 금속성 스텐트의 이런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개발된 스텐트다. 시술 후 1년간 혈관을 지탱하고 동맥경화의 진행을 막은 후에는 서서히 녹아서 없어지도록 고안돼 있다. 현재 사용되는 제품은 보통 시술 1년이 지나서야 녹기 시작해 4년 후 완전히 사라지는 것으로 설계돼 있다.

그러나 이 제품 역시 임상연구 결과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필자를 포함한 분당서울대병원 의료진이 녹는 스텐트 삽입 시술을 받은 협심증 치료 환자들을 장기간 추적 조사한 결과, 시술 1년 뒤 ‘스텐트 혈전증’ 발생 위험이 기존의 금속성 스텐트를 사용했을 때보다 무려 2∼3배나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스텐트 혈전증이란 스텐트 삽입 시술 후 스텐트에 핏덩이가 엉키는 현상이다. 연간 1% 미만으로 발생빈도가 낮긴 하지만 발생 시 심근경색 또는 급사 위험이 높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녹는 스텐트 사용 시 동반되는 혈전증 발생은 스텐트의 두께와 깊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금속성 스텐트의 경우 굵기가 60∼80㎛로 머리카락보다 얇지만, 녹는 스텐트는 소재 개발의 한계로 굵기가 아직 120㎛에 이를 만큼 두꺼운 게 문제다.

기존 금속성 스텐트 수준 이하로 더 가늘게 녹는 스텐트의 굵기를 개선하는 것이 향후 과제라는 얘기다. 안전한 스텐트 개발 및 조속한 활용을 위해 의료계가 더욱 지혜를 모아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글=강시혁 분당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삽화=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