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들었다놨다 하정우 원맨쇼… 관객도 ‘터널’에 갇혀 울다 웃다

입력 2016-08-07 19:29

영화 ‘터널’은 배우 하정우(본명 김성훈·38·사진)의 연기로 점철된다.

하정우는 엄청난 감정의 진폭을 자유자재로 넘나든다. 한없이 가벼웠다가도 한순간 침잠한다. 어떤 이야기든 사실적으로 표현해내는 것도 그의 장점이다. 이보다 더 완벽한 캐스팅이 있었을까 싶다.

10일 개봉하는 ‘터널’에서 하정우는 아내(배두나)와 딸을 둔 평범한 가장 정수 역을 맡았다. 딸 생일날 귀갓길에 터널 붕괴 사고를 당한다. 무너진 터널 안에 갇힌 정수는 어떻게든 살아남으려 애쓴다.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분투가 애처롭다.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하정우는 “캐릭터를 가볍게 가져가야 관객이 끝까지 이 영화를 잘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톰 행크스의 ‘캐스트 어웨이’(2000) 같은 생존기 영화처럼 (주인공에게) 편안함이 느껴져야겠다는 판단이 섰다”고 설명했다.

실제 하정우의 넘치는 유머감이 곁들여져 ‘웃픈’ 상황을 만들어냈다. 촬영 전 김성훈 감독과 일본 오사카로 3박4일 여행을 떠난 그는 아이디어 회의를 갖고 애드리브(즉흥연기)를 적극 활용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당연히 그 안에서 여유로울 수 없겠죠. 하지만 이건 극영화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영화적인 판타지가 허용된다고 생각해요.”

원맨쇼 연기는 ‘더 테러 라이브’(2013)에서의 경험이 적잖은 도움이 됐다. 그때 기억을 살려 김 감독에게 롱 테이크로 이어가는 촬영 방식을 직접 제안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두 작품이 비슷할 거란 선입견을 갖지만 하정우는 “초반 패턴만 비슷할 뿐 전혀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영화 ‘마들렌’(2002)으로 데뷔한 하정우는 쉼 없이 달려왔다. 출연작만 40여편에 달한다. “그동안은 오직 내 성취감과 삶을 위해 달려왔다”는 그는 “이제는 배우 하정우 삶의 지분이 100% 내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관객을 위해 좋은 작품을 만드는 데 보탬이 돼야겠다는 생각을 부쩍 많이 한다”고 털어놨다.

요즘은 차기작 ‘신과 함께’ 촬영에 한창이다. 이토록 지치지 않고 다작(多作)하는 원동력은 뭘까. “아직 미혼이라 그런다”는 농반진반의 답변이 돌아왔다.

“얼마 전 맷 데이먼의 인터뷰를 봤는데 가족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 1년을 쉬겠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그렇게 가치있는 일이 생기면 쉴 생각이 있어요. 하지만 지금 제게 가장 가치있는 건 영화를 찍는 일이에요.”

글=권남영 기자, 사진=구성찬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