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불완전 범죄와 완전 속죄

입력 2016-08-07 20:41

소설가 G K 체스터톤의 단편 추리소설 ‘브라운 신부의 비밀’은 주인공인 아마추어 탐정 브라운 신부의 독백으로 시작합니다. ‘어느 유능한 장군이 무모한 전투를 벌여 수많은 병사를 죽게 만들었어. 왜 그랬을까?’ 정답은 자신의 부하를 죽게 만들기 위해서였습니다. 체스터톤은 후기를 통해 이 소설의 모티브가 사무엘하 11장의 내용이라고 밝힙니다. 본문엔 다윗이 자신의 부하인 우리아의 아내 밧세바와 간음해 잉태시킨 사실을 숨기려는 장면이 나옵니다. 다윗은 전쟁 중 우리아에게 특별휴가를 주는 등의 방법으로 범죄를 덮으려다 실패하자 결국엔 부하 요압 장군에게 청부살인을 지시하고, 충직한 부하 우리아를 전쟁터에서 억울하게 죽게 하는 ‘완전범죄’를 꾀합니다. 그야말로 권력형 범죄의 전형을 보여주는 사건입니다. 하나님과 ‘나단의 신탁’이라고도 불리는 놀라운 언약을 체결했던 당사자 다윗이 한순간에 죄악의 나락으로 추락하는 모습을 사무엘하 기자는 적나라하게 고발합니다.

관음증에서 시작한 범죄는 간음과 청부살인으로 이어졌습니다. 이 같은 다윗의 ‘불완전 범죄사건’은 죄가 악순환을 통해 확대·재생산되고 한 개인의 범죄를 넘어 가정과 사회, 국가를 위협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본문 12절을 보면 하나님은 나단 선지자를 통해 범죄한 인간은 은밀히 그 일을 행하고 합리화하고 정당화하여 ‘완전 범죄’를 꿈꾸지만 하나님의 공의로우신 성품 앞에 낱낱이 드러나게 된다는 것을 밝히십니다. ‘철저히 회개(돌이키는 삶)하지 않는 죄는 주머니속의 바늘 같다’는 서양의 격언처럼, 하나님은 나단 선지자를 통해 질책하시고 회개를 촉구하고 계십니다. 하나님은 다윗을 이스라엘의 왕으로 삼기 위해 사울의 손에서 구원하시고 권력과 부를 주셨지만(8절) 다윗이 하나님을 업신여겨(9∼10절) 범죄를 자행했다는 경고와 더불어 은밀히 행한 ‘불완전 범죄’의 실상을 드러내시고 그런 범죄에는 반드시 죄책이 따르게 될 것임을 말씀하십니다(11∼12절).

이처럼 죄악의 중심에는 왕 되신 하나님에 대한 업신여김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러나 상황은 13절에서 급반전됩니다. 다윗은 ‘침상이 눈물에 젖을 정도’로 철저하게 회개했고, 하나님은 그런 다윗을 용서하시어 완전히 속죄하게 됩니다. 이는 사무엘하 7장 14절에서 언약하신 것에 기초해 다윗을 사랑하셔서 완전히 속죄(용서)하시기로 하신 은혜로운 역사입니다.

이처럼 예수 그리스도는 다윗 언약에 기초한 하나님 나라 안에서 유약함으로 죄악의 유혹에 노출된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불완전 범죄’를 다윗처럼 철저한 회개가 수반되는 과정을 통해 완전히 용서하시고 ‘완전 속죄’로 이끄십니다. 이를 주님의 피로 세우신 새 언약 안에서 성취하시고 십자가로 증명하셨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 남모르는 죄악의 유혹의 덫에 걸린 분들은 주머니 속의 바늘을 꺼내어 놓듯이 왕 되신 주님께 철저히 고백하고 회개하시길 바랍니다. 이를 통해 ‘완전 속죄’의 놀라운 은총을 누리시는 복된 하루의 삶을 사시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홍철의 목사 (포천 쉼터교회)

◇약력=
△1957년 서울 출생 △안양신학대학원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