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박 단일후보 주호영… 친박과 전면전

입력 2016-08-06 00:21
비박계 단일 후보로 결정된 주호영 의원과 친박계 이정현 이주영 한선교 의원(왼쪽부터)이 5일 충남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8·9 전당대회 충청권 합동연설회에서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새누리당 차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8·9전당대회를 앞두고 주호영 의원이 비박(비박근혜)계 단일 후보로 결정되는 이변이 펼쳐졌다. 비박계로서는 ‘당 쇄신을 위한 친박(친박근혜) 패권주의 청산’ 메시지를 분명히 하며 표 결집을 위한 마지막 퍼즐도 풀어낸 셈이다. 여권 텃밭이자 친박(친박근혜)계 성지인 대구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주 의원이 예상을 깨고 비박계 단일 후보로 결정되자 친박계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관건은 파괴력이다. 친박계는 단일화를 ‘또 다른 계파주의’라고 맞불을 놓고 이를 막후 지원한 김무성 전 대표 등에게 십자포화도 퍼부었다. 친박계는 완주 의지를 내보이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특정 후보 물밑 지원을 통해 단일대오를 형성하는 세몰이 조짐도 관측됐다.

5일 충남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전대 합동연설회 직후 정병국 의원과 주 의원은 단일화 발표를 했다. 주 의원은 “화합과 혁신으로 당의 역량을 극대화하고 정권재창출과 국민 신뢰받는 당이 되도록 당대표가 돼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연설회에서 “(총선 참패의 원인은) 친박의 오만과 공천파동이었다. 사과하고 반성해야 할 친박 세력들이 다시 당을 운영하겠다고 나서는 건 체면 없는 일”이라고 일갈했다.

친박계는 조직력에서 비박계에 비해 앞선다는 평가가 대체적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이정현 이주영 후보가 선두그룹을 달리고 있다. 그러나 단일화로 전대 구도가 계파 대결로 양분돼 안갯속 판세로 뒤바뀌었다는 관측이다. 특히 총선 패배를 직접 경험한 원외 당협위원장들의 경우 친박 패권주의에 대한 공분이 큰 상황이다.

여기에 비박계 좌장인 김 전 대표 역시 비주류 후보 지원을 공언한 상태다. 비박계 위주인 부산·경남(PK)과 수도권 당원들의 지지가 뭉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여기에다 주 의원은 대통령 정무특보도 했다. 친박계로서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비박 단일화를 깎아내리기 위한 친박계 파상공세도 이어졌다. 이주영 의원은 “2차 단일화 쇼를 보고 있다. 도대체 무슨 짓을 하는 것이냐”며 맹공에 나섰다. 그는 ‘계파 승리만을 위한 막장 드라마’ ‘분열을 조장하는 반혁신’ 등의 거친 표현도 썼다. 김 전 대표를 향해서는 “계파단일화를 조종하는 ‘보이지 않는 손’”이라며 “총선을 망치더니 대선까지 망치려 든다”고 했다.

친박계 후보는 모두 완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여권 내부에서는 친박계가 이미 특정 후보 밀어주기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정현 의원은 친박 후보 단일화에 대해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모든 가능성은 일단 열어두겠다”고도 했다. 단일화에 실패하더라도 표 분산을 막기 위한 세 결집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 대구·경북(TK)에서 민심이반 조짐이 나타났지만 전날 청와대 회동을 통해 당원들의 서운함을 상당히 누그러뜨렸다는 판단이다.

한편 이날 정 의원이 단일 후보로 결정된 것을 전제로 한 연설문 초안이 유출되면서 정 의원이 단일 후보로 결정됐다는 보도가 이어지는 등 해프닝도 있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