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영박물관에 가면 바벨론 시대의 성벽을 확인하세요. 당시 성(城)은 돌을 불에 구워 채색해 쌓았습니다. 그래서 바벨론에는 풀무불이 많았습니다. 다니엘과 세 친구들이 왜 풀무불에 던져졌는지를 이해할 수 있겠지요.”
지난 1일, 영국 런던 히드로공항 근처에서 만난 황상일(56·청지기교회) 전도사는 영국 런던의 대영박물관 유물과 성경의 본문을 연결하며 성경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냈다. “신약성경에 등장하는 데나리온 동전, 사도바울이 소지했었을 시민권 문서 등도 전시돼 있습니다. 그런데도 대영박물관에 와서 관광만 하고 가는 분들이 많아서 안타깝습니다.”
황 전도사는 2011년부터 영국 내 한인교회와 신자들을 대상으로 ‘대박(대영박물관) 성경’ 세미나를 열고 있다. 성경 전체를 관통하는 맥을 비롯해 구속사적 관점에서 신구약을 설명한다. 참여자들이 기억하기 편하도록 사진과 영상, 표 등을 모은 160여개의 파워포인트 슬라이드를 사용한다. 세미나의 하이라이트는 대영박물관으로 직행해 그동안 배운 성경의 내용과 유물을 확인하는 것이다. 그러면 성경 내용이 ‘살아난다.’ 황 전도사는 이렇게 5년간 대영박물관을 50회 이상 다녔다.
그가 대영박물관을 성경 이해의 도구로 활용하게 된 것은 두 가지 이유에서였다. 1997년 영국의 통신회사에 취직한 그는 성경통독에 열심이었다. 하루는 대영박물관에 성경 역사 자료가 많다는 얘기를 들었다. 누군가 설명해주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다. 그렇게 10년을 기다렸다. 할 수 없이 직접 찾아 나섰다. 관련 책자를 구입해 읽었고, 박물관에 가서 사진을 찍어 대조하면서 자료를 만들었다.
결정적으로는 박물관 성경 투어를 이단 단체가 열정적으로 하고 있는 것을 목도한 뒤부터다. “영국인 무리들이 ‘바이블투어’라는 배지를 달고 박물관에서 성경을 교육했습니다. 그걸 보고 자극을 받았어요. 기독교인들은 박물관이란 좋은 도구를 놓고도 활용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대영박물관은 무료 입장이다. 마음만 먹으면 인류의 역사 현장과 마주할 수 있다. 무엇보다 성경 역사와 만날 수 있다. 그는 “고고학 유물이 성경 역사와 연결 되면서 박물관 돌 하나, 유물 조각들이 살아나고 정이 갔다”며 “성경의 내용이 상상의 산물이 아니라 역사적 사실이라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기독교인이라면 꼭 봐야 할 유물은 무엇일까. 그는 지체 없이 답했다. “고레스왕의 실린더가 있습니다. 에스라 1장에 등장하는 고레스 칙령을 새겨놓았습니다. 야곱이 하란 땅에 갔다가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는데 라헬이 드라빔을 숨기지요. 그 드라빔이 전시돼 있습니다. 앗시리아관의 라기스 부조도 꼭 확인하세요.”
그는 “성경을 배울 수 있는 교육 현장으로 대영박물관을 적극 추천한다”며 “박물관은 아이들에게도 성경을 가까이 하도록 만든다”고 했다. 대영박물관을 제대로 보려면 금요일 오후 늦게 가보라고도 했다. 가장 한산한 시간이라고 귀띔했다.
런던=글·사진 신상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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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영박물관 오면 관광만 말고 성경 공부 하세요”
입력 2016-08-07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