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대우조선해양 비리 수사가 남상태 고재호 전 사장을 지나 현 경영진에까지 확대된 가운데 대우조선을 관리해온 최대주주 산업은행과의 유착 정황도 점점 짙어지고 있다. 이명박(MB)정부 실세로 통하던 강만수(71) 전 산업은행장은 대우조선에 직접 ‘낙하산’을 낙점하고 이들에게 지급할 급여 액수까지 지정해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인 업체 부당 지원, 인사 청탁 등 강 전 행장의 대우조선 ‘사유화’ 행태 전반을 수사에 들어가고 있다.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강 전 행장이 산은 행장을 맡은 시기를 전후해 특정 인사들을 대우조선 고문으로 임명토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정황을 포착,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고 5일 밝혔다. 검찰이 의심하는 ‘강만수 낙하산’은 청와대 사진사 출신 김모(65)씨, 이재오 전 한나라당 의원의 후원회 사무국장 출신 A씨(65), 이명박 전 대통령의 비선조직 지역 대표를 지낸 B씨(60) 등이다. 검찰은 대우조선 경영진 조사에서 “강 전 행장이 특정 인물 명단을 전달하며 이들에게 건네질 구체적인 액수까지 제시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검찰은 지난 2일 강 전 행장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할 때 인사 관련 부당한 요구를 압수수색영장의 혐의(제3자 뇌물수수)로 적시했다.
김씨는 강 전 행장이 행장이던 2011년 말부터 2년간 고문으로서 매년 억대 연봉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법인 명의의 고급 차량, 사무실까지도 지원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강 전 행장과 함께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활동했던 A씨의 경우 수년 전 이미 고문 임명 배경에 대한 강한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대우조선 감사실장 출신인 신모(65)씨는 2010년 “청와대 이모 행정관이 남상태 사장과 산업은행에 전화를 걸어 나를 내보내고 ‘우리 사람’을 보내겠다고 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폭로했다. 당시 신씨가 ‘회사에 오는 사람’이라고 거명한 이들 중에는 A씨가 있었다.
신씨와 A씨는 이재오 전 의원의 특임장관 인사청문회 자리에 불려나오기도 했다. A씨는 왜 고문으로 임명됐느냐는 의원들의 질문에 “조선 분야에 경력이 없다”며 “각계각층 사람을 만나 회사 상황을 설명하는 일을 한다”고 답했다. 대우조선 측은 신씨에게 다양한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했지만 모두 무죄 또는 무혐의, 신씨의 승소로 결론지어진 바 있다.
검찰은 더 나아가 강 전 행장 시절 대우조선에 고문·자문역으로 취업한 인사들 영입 경위 등을 전반적으로 조사할 방침이다. MB정부의 또 다른 유력 인사들의 개입 정황이 드러날 수도 있다.
검찰은 산은이 대우조선의 비위를 제대로 적발하지 못한 사실을 주목하고 있다. 검찰은 수사 초기 남상태 고재호 전 사장의 재임기간 9년을 수사 범위로 잡았지만, 수사가 계속되면서 대우조선의 회계부정 비리가 현재진행형임을 파악한 상태다. 이에 따라 강 전 행장뿐 아니라 그 후임인 민유성(62) 홍기택(64) 전 행장들까지 수사선상에 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경원 지호일 기자 neosarim@kmib.co.kr 사진=윤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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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권 실세 강만수, 낙하산 낙점·급여 액수까지 제시
입력 2016-08-06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