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문여는 롯데콘서트홀… 불안한 출발

입력 2016-08-07 18:40 수정 2016-08-08 00:52
롯데콘서트홀은 빈야드 스타일 등 현재 아시아 최고의 콘서트홀로 꼽히는 일본 도쿄 산토리홀과 구조면에서 매우 닮아 있다. 또 각각의 콘서트홀을 세운 롯데그룹과 산토리그룹 모두 폐쇄적인 가족경영에 비상장이라는 점도 비슷하다. 다만 산토리그룹의 경우 산토리홀에 대한 통 큰 지원 등 일본 최고 메세나를 앞세워 일본 내 이미지가 매우 좋은 편이다. 왼쪽은 롯데콘서트홀 내부와 외관, 오른쪽은 산토리홀 내부와 외관. 롯데콘서트홀·서울시향 제공

롯데콘서트홀 개관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몰에 자리잡은 롯데콘서트홀은 19일 작곡가 진은숙에게 위촉한 ‘별들의 아이들의 노래’를 정명훈이 지휘하는 서울시향 연주로 시작해 연말까지 22개 프로그램으로 개관 페스티벌을 연다.

한광규 롯데콘서트홀 대표는 지난 7월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최고 콘서트홀을 넘어 아시아 최고 콘서트홀로 평가받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 자타공인 아시아 최고 인 일본 도쿄 산토리홀과 비교할 때 롯데콘서트홀의 갈 길은 멀어 보인다.

롯데콘서트홀은 1988년 예술의전당 음악당 설립 이후 28년 만에 서울에 생기는 대형 클래식 전용홀이다. 그리고 일본 최대 식음료 그룹인 산토리그룹이 1986년 설립한 산토리홀은 도쿄 최초의 클래식 전용 콘서트홀이다. 다만 2036석의 홀 하나로 이뤄진 롯데콘서트홀과 달리 산토리홀은 2006석의 대(大)홀과 384∼432석 가변형의 소(小)홀로 이뤄져 있다.

롯데콘서트홀은 산토리홀과 마찬가지로 세계적 권위를 지닌 ‘나가타 음향’이 음향설계를 담당하고 객석이 무대를 포도밭처럼 감싸는 ‘빈야드’ 스타일을 도입했다. 전체 구조 면에서 두 홀은 매우 유사하다.

하지만 개관부터 대대적인 주목을 받으며 일본 클래식의 자부심으로 자리잡은 산토리홀과 달리 롯데콘서트홀의 개관은 잔칫집과 거리가 멀다. 롯데그룹이 전방위적인 검찰 수사로 오너 일가가 구속되는 등 위기를 맞았기 때문이다. 당초 사회 각계 인사를 초대한 가운데 치를 예정이던 18일 공연 및 공식 개관행사는 무기한 연기됐다.

그러나 바람직한 개관은 아니더라도 롯데콘서트홀에 대한 클래식계의 바람은 적지 않다. 롯데콘서트홀이 한국 클래식계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길 희망하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 7월 언론에 공개한 롯데콘서트홀 음향은 당분간 세밀한 튜닝이 필요하긴 하지만 그동안 국내에서 경험하지 못한 풍성하고 입체적인 소리라는 호평을 받고 있다.

다만 우려도 적지 않다. 롯데콘서트홀이 그동안 개관을 준비하는 동안 보여준 모습이 신뢰를 얻지 못한 탓이다. 롯데콘서트홀 내 실무자들의 잦은 사직, 뒤늦은 홈페이지 오픈과 티켓 판매 등은 개관을 앞두고 붐업을 조성하지 못했다. 실례로 5개 공연을 자유롭게 선택하는 패키지 티켓만 하더라도 판매량이 겨우 250건(1400장)이다. 개관 페스티벌 전체 티켓 6만6000여장의 2.15%에 불과한 것으로 홍보 및 마케팅의 전략 부재를 드러낸다.

현재 롯데콘서트홀이 자신의 위기를 타개하는 것은 물론 롯데그룹의 이미지를 바꾸는데 산토리홀이 참고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산토리홀의 경우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지만 매년 운영비는 물론 모리그룹 토지 위에 지어져 사용료로만 연간 수억엔을 지불하는 등 상당한 규모의 적자가 발생한다. 하지만 산토리홀은 예술을 사랑했던 오너 가문의 의지와 철학을 앞세워 일본 버블 경제 시기에도 꼿꼿하게 위상을 지켰다.

사실 산토리 그룹은 초대형 기업 규모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자회사 일부를 상장한 것 외에 지금까지 비상장을 고수해 왔다. 토리이(鳥井)와 사지(佐治) 가문의 가족경영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주식의 90% 이상을 두 가문이 소유하고 있다. 롯데그룹보다 훨씬 폐쇄적이다. 하지만 산토리 그룹은 비상장 이유에 대해 이익을 최우선시하는 주주 때문에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을 마음껏 하지 못한다는 입장을 취해 왔다. 실제로 산토리그룹은 일본 최고의 메세나 활동 덕분에 폐쇄적인 가족 경영 체제에 대한 면죄부를 받고 있다.

롯데그룹이 산토리홀을 지원한 산토리그룹처럼 롯데콘서트홀을 지원하면 어떨까. 생색내기용이 아니라 한국 클래식 발전의 도우미를 자처하고 롯데콘서트홀 운영에 나선다면 롯데그룹의 이미지가 개선되는 것은 시간 문제다.

장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