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예비경선(컷오프)에서 송영길 의원이 탈락했다. 당초 송 의원은 추미애 의원과 함께 컷오프 통과가 확실시됐지만 막판 당심(黨心)이 이탈하며 이변의 희생자가 됐다. 더민주 전당대회는 시작부터 요동치며 한 치 앞을 모르는 격전 속으로 빠져들었다.
5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예비경선엔 휴가철이 겹치며 전체 363명의 선거인단 중 263명(72.45%)만 투표에 참가했다. 선거인단 중 4분의 1 이상이 불참하면서 상당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당선자 발표에서 추 의원과 이종걸 의원에 이어 마지막으로 발표된 후보는 송 의원이 아닌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이었다. 장내에 일순 침묵이 감돌았다. 송 의원은 잠시 무표정으로 서 있다 다른 후보들과 악수한 후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다들 제가 당선될 거라 생각해 표가 전략적으로 분산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개표에 앞서 이뤄진 5분 연설에서도 “송영길이 똑똑하긴 한데 고개를 잘 안 숙인다는 평이 많았다. 그런데 잘 고쳐지지 않더라”며 “다시 한번 (인사) 하겠습니다”라며 단상에서 다시 고개를 숙였다. 단점까지 고백하며 몸을 낮췄음에도 불구하고 이변을 막지 못했다.
송 의원의 탈락은 단순 ‘전략적 분산’으로는 해석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당대표 공약 등을 통해 차기 대권주자 의지를 드러낸 송 의원이 내년 대선 국면에서 문재인 전 대표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주류의 위기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주류 측에서 송 의원에게 차기 원내대표를 제의했으나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1인1표제이다 보니 송 의원에게 주류의 ‘보험용’ 표가 가지 못하고 추 의원과 김 전 교육감에게 분산된 점도 한 요인으로 꼽힌다. 범친노지만 비주류에도 구애했던 송 의원이 되레 확실한 득표 전략을 세우지 못해 역풍을 맞았다는 의미다.
비주류 이 의원의 존재도 송 의원 탈락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이 의원이 올라올 경우 전당대회 및 대선 국면 내내 문 전 대표를 견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주류 측에서 컸고, 이를 견제하기 위해 김 전 교육감에게 표를 던진 것이 송 의원의 충격 탈락에 일조했다는 것이다. 실제 이날 오전 일부 친문 지자체장들은 김 전 교육감에게 투표키로 미리 의기투합했다.
후발주자로 참여해 막판 뒤집기에 성공한 이 의원과 김 전 교육감은 본선 승리를 자신했다. 이 의원은 “감동의 드라마를 만들어내 국민들이 10년 동안 고통당한 ‘사기 정권’에서 벗어나도록 하겠다”고 했고, 김 전 교육감은 “오늘 결과는 예상외의 사건이다. 이를 통해 당이 혁신할 수 있다는 역량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더민주 당대표는 ‘친문(문재인)’ 후보로 분류되는 추 의원과 김 전 교육감, 비주류인 이 의원의 3파전으로 치러지게 됐다. 이른바 ‘문심(文心)’을 두고 친문 후보 간 경쟁이 불가피한 반면 비주류 뜻은 뭉쳐질 수 있어 누구도 당선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선거인단은 일찌감치 객석을 가득 채우고 각 후보의 연설을 지켜봤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입장하자 객석에서 “김종인”을 연호하는 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김부겸 의원 등 당내 ‘잠룡’들도 참석 의원들과 인사하며 입장한 뒤 예비경선을 지켜봤다.문동성 고승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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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길 탈락… 요동치는 당심, 한치 앞이 안보인다
입력 2016-08-06 0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