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6000억원 탈세에 ‘다단계 SPC’ 동원

입력 2016-08-05 18:23 수정 2016-08-05 21:07
신격호(94) 롯데그룹 총괄회장 지시 하에 롯데 측이 수천억대 탈세를 저지른 정황을 검찰이 포착했다. 롯데 측은 해외에 특수목적법인(SPC)을 세워 다단계 지분 거래 방식으로 6000억원대 탈세를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확인될 경우 역대 대기업 조세포탈 규모로는 사상 최대다.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은 대규모 탈세에 관여한 롯데그룹 정책본부 관계자들로부터 “신 총괄회장이 ‘세금을 내지 않고 증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라’고 지시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고 5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신 총괄회장은 2006∼2010년 수차례에 걸쳐 자신이 차명으로 갖고 있던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 6.2%를 맏딸 신영자(74) 롯데장학재단 이사장과 셋째부인 서미경(57)씨 모녀에게 증여했다. 일본 롯데홀딩스 주식 1%당 1500억∼1600억원 상당의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되는 만큼 1조원대 지분 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신 총괄회장과 신 이사장, 서씨 등은 양도세나 증여세 등을 한 푼도 내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롯데 측은 거액의 세금을 피하기 위해 ‘다단계 SPC’를 이용했다. 미국과 홍콩, 싱가포르에 설립한 SPC 최소 4곳을 동원해 고의로 거래관계를 복잡하게 만들었다. 이후 여러 단계에 걸친 지분 매매 거래로 결국 해당 지분이 신 이사장과 서씨 측으로 흘러가게 했다.

롯데 측이 겉으로 내세운 지분 거래 또한 수천억원짜리 지분을 액면가대로 사고파는 등 사실상 허위거래에 가까웠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상당히 악의적이고 교묘한 증여 행위”라며 “다단계 SPC 구조를 이용해 지분 소유 관계를 숨겨서 넘기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