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규엽 기자의 굿모닝 리우!] 무질서에 입국장 ‘전쟁터’… 파벨라 거리는 ‘공포 실감’

입력 2016-08-06 04:43
소총을 든 경찰이 지난달 초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빈민가인 ‘파벨라’를 순찰하고 있다. 마약 거래와 강도, 살인 등의 범죄가 만연하는 파벨라는 경찰마저 들어가길 꺼려하는 우범지대다. AP뉴시스
모규엽 기자
올림픽이 열리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는 지구에서 우리나라와 정반대에 있는 도시입니다. 때문에 시차가 정확히 12시간입니다. 말 그대로 이역만리에 간다는 설렘과 치안에 대한 우려가 공존했습니다.

4일 오전(현지시간) 리우에 도착해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파벨라(Favela)’였습니다. 언덕이나 산 밑에 있기에 ‘신의 도시(City of God)’라 불리지만, 실제론 마피아와 마약상 살인자 강도 등 범죄자들이 숨어드는 빈민가입니다.

그런데 다른 국가의 일반적인 빈민가와 다릅니다. 그야말로 우후죽순이었습니다. 휘황찬란한 빌딩과 곧게 뻗은 도로 바로 옆에 파벨라가 있었습니다. 큰 도로와 인접한 곳도 마찬가지입니다. 출국 전 외교부 안전교육에서 걱정 어린 당부의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그중 하나가 “파벨라 근처엔 얼씬도 하지 말라”였죠. 경찰조차 총격전을 벌여야 진입이 가능할 정도로 ‘공권력 제로 지대’입니다. 길을 잘못 들면 목숨도 위험할 수 있다는 말이 실감나는 순간이었습니다.

파벨라 근처는 삼엄했습니다. 자동소총을 포함해 완전군장을 한 군인, 심지어 장갑차까지 동원돼 파벨라 거주민들이 도로로 나오지 못하도록 막고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리우로 가는 길도 험난했습니다. 저는 독일 프랑크푸르트를 경유해 브라질 최대 공항인 상파울루 구아룰류스 공항을 거쳐 리우 갈레앙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프랑크푸르트까지 11시간, 그 시간만큼 또다시 비행기로 대서양을 건넜습니다.

처음엔 상파울루에 비행기가 닿는 순간 삼바와 보사노바의 본고장에 왔다는 생각에 왠지 흥분이 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공항에 들어서면서 환상은 깨져버렸습니다. 입국장은 전쟁터와 같았습니다. 입국심사를 받고 짐을 찾는데 무려 1시간이 넘게 걸렸습니다. 도착시간과 리우행 비행기를 타는 대기시간이 2시간이었는데 이마저 빡빡해 자칫 비행기를 놓칠 뻔했습니다. 국내선을 타는 줄이 무려 200m 넘게 늘어서 있었습니다. 아찔한 마음에 주변 독일 기자들과 함께 공항 관계자에게 급한 사정을 얘기하고 간신히 비행기를 탔습니다. 독일 기자는 “이렇게 무질서하고 수속이 오래 걸리는 데는 처음”이라며 혀를 내두르더군요.

극심한 혼란은 공항 노동자들의 부분파업 때문이었습니다. 한국 선수단도 이로 인해 망신을 당할 뻔했습니다. 통상 선수단은 올림픽선수촌 숙소 외벽에 대형 현수막과 태극기를 설치하는데, 상파울루 공항 파업으로 배송 물품 통관이 지연돼 입촌식 이틀 만인 지난 4일에야 태극기를 받아 급히 벽에 걸었습니다.

마음을 다독이기 위해 숙소로 가는 버스에서 세계 3대 미항이라는 리우 해변을 감상하려 했습니다. 그런데 가까이 보니 각종 쓰레기가 해안에 쌓여 있고, 물은 시커멓게 변한 상태였습니다. 쥐들이 활보하고, 오폐수가 그대로 바다로 흘러갔습니다.

숙소에 도착해 미국 CNN 방송을 틀어보니 때마침 리우의 수질오염 보도가 나왔습니다. 리우 시내에서 하수처리시설이 갖춰진 건물은 절반이 채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요트 경기가 열리는 구아나바라 해안에선 어떤 항생제에도 죽지 않는 슈퍼 박테리아가 검출되기도 했습니다.

이제 곧 올림픽이 열리는 리우. 올림픽에 대한 기대감과 흥분보다는 혼란과 두려움이 더 짙게 깔리는 느낌입니다.



리우데자네이루=모규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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