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개막식에서 가장 중요한 행사는 선수 입장이다. 출전국과 선수들을 세계인에게 소개해 올림픽의 시작을 알리는 행사다. 선수단의 맨 앞에서 국기를 들고 입장하는 기수는 그래서 가장 많은 주목을 받는다. 각국 선수단이 유력한 금메달 후보나 상징적인 선수를 기수로 세우는 이유다.
5일(현지시간) 오후 8시 브라질 마라카낭 주경기장에서 시작하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개막식에서도 스타플레이어들이 기수로 총출동한다.
알파벳 순서에 따라 52번째로 입장하는 한국의 기수는 펜싱 국가대표 구본길(27)이다. 구본길은 2012 런던올림픽 남자 사브르 단체전에서 우승한 금메달리스트다. 한국 펜싱 사상 처음으로 단체전에서 획득한 금메달이다. 리우올림픽에선 지금까지 한국이 한 번도 정복하지 못한 사브르 개인전 금메달에 도전한다.
종합 1위를 노리는 미국의 기수는 ‘수영황제’ 마이클 펠프스(31)다. 펠프스는 하계올림픽 역사상 가장 많은 금메달을 보유한 선수다. 지금까지 18개의 금메달(은2, 동2)을 수확했다. 스포츠 강국 미국에서 가장 상징적인 선수다. 펠프스는 15세였던 2000년 호주 시드니에서 처음으로 올림픽 물살을 갈랐다. 리우데자네이루는 그의 5번째 올림픽 격전지다.
육상 도핑 스캔들로 전 종목 선수단이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할 뻔했던 러시아는 배구스타 세르게이 테튜킨(40)을 기수로 세운다. 테튜킨은 런던올림픽 남자배구에서 조국에 금메달을 안겼다. 러시아 남자배구 대표팀이 리우올림픽에서 3위 안에 입상하면 테튜킨은 5회 연속 메달의 대기록을 세운다.
몸값이 높은 테니스 스타들도 조국의 깃발을 들고 마라카낭 주경기장으로 입장한다. 영국은 윔블던 챔피언 앤디 머레이(29), 스페인은 ‘클레이코트의 황제’ 라파엘 나달(30)에게 깃발을 맡겼다. 영국이 테니스 선수를 기수로 앞세운 것은 처음이다.
시리아 남수단 콩고민주공화국 에티오피아 등 조국의 내전 피해자 10명이 중립국 선수 자격으로 모인 난민대표팀 기수는 유스라 마르디니(18·시리아)다. 마르디니는 지난해 8월 시리아를 탈출해 그리스로 건너가는 과정에서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졌다. 여자 자유형 200m에서 금메달을 향해 리우데자네이루의 물살을 가른다.
이란은 척수장애를 앓는 자흐라 네마티(31)가 휠체어에 앉아 깃발을 잡는다. 양궁은 장애인·비장애인이 동등하게 겨룰 수 있는 종목이어서 네마티는 패럴림픽이 아닌 이 대회 여자양궁에 출전한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구본길·펠프스·머레이, 리우올림픽 개막식서 조국 깃발 든다
입력 2016-08-05 1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