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끊이지 않는 아동학대 국가 차원 대책 세워야

입력 2016-08-05 18:20
엄마의 학대를 받아온 4살 여자아이가 숨지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 지난 2일 햄버거를 먹고 집 화장실에서 양치질하던 아이가 의식을 잃고 쓰러지자 꾀병을 부린다며 머리채를 잡아 흔들어 바닥에 부딪히게 하고 머리, 배, 엉덩이를 발로 찬 엄마(27)가 아동학대 중상해 혐의로 경찰에 긴급 체포됐다. 특히 엄마는 지난달 14일부터 딸이 말을 듣지 않는다거나 인사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8차례 발바닥과 다리 등을 때려 왔다. 폭행에는 신문지에 테이프를 감아 만든 길이 45㎝ 몽둥이나 세탁소용 철제 옷걸이 등이 사용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1차 부검 결과 아이 머리에서 뇌출혈 흔적이, 팔 다리에선 멍 자국이 확인됐다.

직접적 사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딸이 엄마에게 학대당한 것만은 분명하다. 언제까지 우리 사회에서 부모의 학대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이로 인해 어린 생명이 희생돼야 하는지 답답하기 그지없다.

아동학대의 1차적 책임은 부모에게 있다. 부모 노릇 할 준비가 돼 있지 않은 불량 엄마, 불량 아빠들이 자녀를 화풀이 대상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부모 탓으로만 돌리기에는 아동이 입는 피해와 우리 사회에 미치는 충격이 너무 크다. 이번에 숨진 아이는 2012년 부모가 이혼하자 아빠와 지내왔으며 지난 4월 보육원에 잠시 맡겨진 뒤 6월부터 엄마와 살았다. 아빠와 지낼 때는 어린이집에 다녔지만 엄마 집으로 옮겨온 뒤에는 어린이집에 가지 않았다고 한다. 주변에서 아이에게 조금만 더 관심을 가졌다면 죽음은 막을 수도 있었다.

아동학대는 매년 늘고 있지만 적절한 대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이 집계한 지난해 아동학대 사례는 1만1709건으로 2014년 1만27건보다 16.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사망한 아동도 14명에서 16명으로 늘었다. 외부로 알려지지 않은 피해는 더 많을 것이다. 국가 차원의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