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완식의 우리말 새기기] ‘무더위’는 습도 높아 찌는 듯한 더위

입력 2016-08-06 04:45

요즘 밤낮으로 견디기 힘들 만큼 덥습니다. ‘무덥다’는 말을 자주 듣게 되지요. 무덥다는 ‘물덥다’가 원말인데 물기, 즉 습기가 많은 상태로 덥다는 말입니다. ‘무더위’도 마찬가지이고요. ‘물’이 ‘무’가 된 것은 물이 늘 차 있거나 물을 쉬이 댈 수 있는 논을 ‘물논’이 아니라 ‘무논’이라고 하는 것처럼 쉽게 발음하려는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입니다.

무더위는 특히 장마철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고온에다 습해 꿉꿉하고 끈적거리며 찌는 듯한 더위를 이르는 말이지요. 요즘의 불볕더위와는 다르며, 감자 같은 것을 찌기 위해 뚜껑을 덮고 물을 끓이는 찜통 같다는 뜻의 찜통더위와 가까운 의미라 하겠습니다.

‘유월 염천(炎天)’이란 말이 있는데 ‘불타는 음력 유월 하늘’이라는 뜻이지요. 지금처럼 하늘과 땅이 타고 찌는 듯한 더위를 이르는 말은 많습니다. 이글이글 타는 炎天, 무시무시한 폭염(暴炎), 혹독한 혹서(酷暑) 혹리(酷吏), 푹푹 삶고 찌는 증서(蒸暑), 심히 무더운 울도(鬱陶)….

그런데 가혹하고 무자비한 관리를 이르는 酷吏가 왜 酷暑와 같은 뜻으로 쓰이는 것일까요. 안 그래도 힘든 세상, 못돼먹은 관리들이 유월 염천 삼복중의 더위만큼이나 지겨워 그리 불리게 됐나 봅니다.

입추가 내일인데 염천의 기승(氣勝)이 이어진다니 한동안 입추가 얼굴을 들 수 없게 됐습니다. 글=서완식 어문팀장 suhws@kmib.co.kr, 삽화=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