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서 교수님 강의를 듣고자 하니 설레고 두렵네요.”(70세 재미교표 퇴직자 A씨) “제 강의 들으려 한다니 고마운 일이군요. 어떤 동기로 경제학을 공부하시나요?”(서울대 이준구 명예교수) “미국 USPS(우체국) 재정 파트에서 24년 일한 뒤 13년간 작은 사업을 하다 퇴직했어요. 이 두 가지 일이 경제학과 어떻게 연결되나 호기심(에서 강의를 듣게 됐습니다).”(A씨)
뉴욕에 사는 A씨와 서울의 이 명예교수를 이어준 끈은 지난해 10월 시작된 한국형 온라인공개강좌(케이-무크)였다. A씨는 이 명예교수의 케이-무크 강좌 ‘경제학 들어가기’를 수강한 1만4000여명 가운데 한 명이었다.
A씨와 이 명예교수가 주고받은 이메일에는 배움의 열정이 곳곳에 묻어 있었다. A씨는 40여년 낯선 이국땅에서 직장 생활과 사업으로 고단한 삶을 살아왔지만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특히 직무와 관련된 일은 평생교육 시설이든 지역의 대학이든 찾아다니며 배웠다. 퇴직하고서도 ‘배우는 즐거움’에 푹 빠져 살았다. 그러다 한국에서도 무크 서비스가 시작됐다는 소식을 인터넷에서 접했다.
평소 경제현상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이 명예교수의 강의가 눈에 들어왔다. 케이-무크에선 명품 강좌를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듣고, 쌍방향 학습도 가능했다. 비용이 전혀 들지 않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A씨는 ‘이 어려운 과목에서 어떤 재미있는 걸 배울 수 있나? 잘할 수 있을까?’라는 우려반 기대반으로 강좌를 시작했지만 마지막 강의와 기말고사까지 통과하고 강의 이수증서를 받았다. 이 강좌를 통해 미국 동부에 내린 폭설이란 자연 현상이 시간제·건설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소비를 감소시켜 경제를 위축시키는 과정을 분석적으로 생각할 수 있어 좋았다는 반응이었다.
무크는 누구나(Massive), 무료로(Open), 인터넷(Online)을 통해 듣는 대학 강의(Course)를 말한다. 미국에서 태동해 2012년 무렵 세계적인 명문 대학들이 본격적으로 참여하면서 ‘지구촌 대학’이란 별명과 함께 고등교육과 평생교육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10월 우리나라에서도 시작됐다. 교육부와 국가평생교육진흥원과 대학들은 우리나라 독자적인 무크 서비스인 케이-무크의 뼈대를 만드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아직 초기단계여서 내국인 수강생이 대다수(97%)지만 교포사회를 중심으로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평생교육진흥원은 내국인을 시작으로 해외 유학생, 교포사회, 외국인으로 점차 외연을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이 명예교수의 ‘경제학 들어가기’는 케이-무크 최고 인기 강좌답게 세계 곳곳에서 관심을 받았다. 일단 이 강좌는 지난 4월부터 세계 3대 무크 서비스인 미국의 에덱스(edX)에 탑재돼 전 세계를 대상으로 서비스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직장에 다니고 있거나 유학 중인 한국인들도 한국어로 서비스되는 케이-무크를 다양한 용도로 활용하고 있다.
쿠웨이트에서 직장을 다니는 B씨는 무크 강좌 이수증을 모으고 있다. 더 나은 조건으로 이직하기 위한 자기계발 용도다. 지난해부터는 케이-무크 강좌에도 도전하고 있다. 미국 대학 진학도 고려하고 있다. 그는 전공인 금융과 경제뿐 아니라 정치·사회·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강좌를 골고루 듣고 있다. 바쁠 때는 주말이나 쉬는 날, 휴가에 몰아서 듣기도 한다. B씨는 “저처럼 해외거주자들은 비싼 학비 때문에 무엇 하나 배우기도, 대학에 진학하기 쉽지 않다”면서 “케이-무크는 시간과 돈 때문에 배우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기회”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한국과 관련한 강좌에도 상당히 공을 들이고 있다. 중동지역에서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점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체계적으로 지식을 갖춰놓을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국제정치학을 공부하고 있는 C씨도 이 명예교수의 수업의 덕을 톡톡히 봤다. C씨는 “국제정치를 제대로 분석하려면 반드시 경제학을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외국에서 혼자 경제학 기초를 다지는 건 힘든 일이었다”며 “경제학 기초 지식이 부족해 경제 기사조차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 강의 이후) 조금씩 체계가 잡혀간다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글=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
[케이-무크, 교육변혁 이미 시작됐다] 한국을 알리는 ‘창’… 세계 곳곳의 학습자 끌어모은다
입력 2016-08-07 2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