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의 직장은 경기도 고양시 화정역 인근에 있는 한 은행이다. 그는 2013년 4월부터 이곳에서 청원경찰로 일하고 있다. 오전 8시30분까지 출근해 제복으로 갈아입고 고객들을 안내하며 하루를 보낸다. 그가 목사인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일부 동료와 단골 고객만 그의 ‘신분’을 알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퇴근한 뒤 목사는 180도 달라진다. ‘예수 그리스도와 하나님 나라 운동 선교회’(예하운선교회)를 이끄는 대표로서 갖가지 사역을 구상하고 추진한다. 주일에는 서울 은평구 순복음행복한우리교회(황유희 목사)에 출석해 예배를 드린다. 그는 이 교회 사역을 거드는 협동목사이기도 하다.
지난 2일 서울 서대문구 한 카페에서 만난 목사의 예명은 김디모데(34)였다. 그는 ‘디모데’라는 이름을 10년 전부터 사용하고 있어 기사에도 본명이 아닌 예명을 써 달라고 부탁했다. 김 목사를 만난 건 그의 독특한 사역 스토리를 듣기 위해서였다. 그는 지난달 1일 예수님 형상을 캐릭터로 구현한 카카오톡 이모티콘 ‘샬롬 스토리’를 출시했다. 디자인이나 미술을 공부한 적도 없는 그가 이모티콘 상품을 제작해 세상에 내놓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모티콘에 담긴 예수님의 사랑
‘샬롬 스토리’의 시작을 설명하려면 2년 전 어느 봄날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당시 김 목사는 딱한 상황에 처한 친구를 만났다. 친구는 건강이 좋지 않았는데, 자식마저 큰 병을 얻어 절망에 빠져 있었다. 친구에게 위로와 격려를 전하고 싶었지만 방법이 마땅찮았다.
“너무 절망적인 상황에 빠진 사람 앞에서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잖아요? 그때가 딱 그랬어요. 어떤 위로도 할 수 없더군요. ‘언어가 멈추는 지점’을 맞닥뜨린 기분이었어요.”
김 목사는 마음이 아팠다. 친구를 돕고 싶었다. 종이를 꺼내 어설프지만 예수님이 친구를 껴안고 함께 우는 모습을 그렸고, 이 그림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촬영해 친구에게 전송했다. 친구로부터 연락이 온 건 며칠 뒤였다. “큰 위로가 됐다”는 답변이었다.
비슷한 시기 예하운선교회에서 동역하는 유일청(44) 전도사가 기독교 메시지가 담긴 카카오톡 이모티콘 제작에 나설 것을 제안했다. 당시 카카오톡 이모티콘 스토어에 있는 상품은 3000개에 달했는데, 기독교 이모티콘은 4∼5개에 불과했다. 특히 예수님을 앞세운 이모티콘은 거의 없었다.
“처음에는 많이 망설였어요. 제가 디자인 전문가가 아니어서 조심스러웠죠. 그래서 관련 업계 전문가나 디자이너를 만나 조언을 구했습니다. 이모티콘은 아마추어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고, 정교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더군요(웃음). 용기를 얻어 제작에 착수하게 됐죠.”
김 목사는 온라인상에 검색되는 예수님 캐릭터 70여종을 비교·분석했다. 누구라도 ‘아, 이건 예수님이구나’ 느낄 수 있는 이모티콘을 만들고 싶었다. 설문조사도 진행했다. 그의 일터인 은행에 찾아오는 고객이 설문 대상자였다. 청원경찰을 하면서 틈틈이 고객들에게 설문지를 돌렸다. 문항은 예수님의 눈은 어떤 그림이 적당한지, 입은 어떻게 그려야하는지 등이었다. 주일에는 고양에 있는 교회들을 방문해 설문을 진행했다. 이모티콘의 윤곽이 나온 뒤에는 전문가 50여명의 감수를 받았다.
“설문에 참가한 분이 2000명에 달합니다. 이모티콘을 만들며 가장 염두에 둔 건 예수님의 사랑과 위로의 메시지를 담자는 거였어요. 누구든 친근하게 느끼는 주님의 모습을 구현하고 싶었어요.”
“전도 용품으로 예수님 이모티콘을”
불교 집안에서 나고 자란 김 목사가 예수님을 영접한 건 중학교 3학년 때였다. 미션스쿨인 경기도 의정부 경민중학교에 다녔는데, 채플을 들으면서 서서히 복음을 받아들였다고 한다. 순복음신학교 순복음영산목회대학원 등지에서 수학했고, 서울 지역 교회들에서 부교역자 생활도 했다.
“전도사나 부목사로 사역한 교회가 3∼4곳 정도 됩니다. 하지만 이들 교회를 섬길 때 심적 갈등이 심했어요. 교인 수를 늘리는 데 급급한 모습 등을 보면서 큰 회의감을 느꼈습니다. 아마 제 또래 부교역자라면 어떤 이야기인지 짐작할 겁니다. 다른 방식의 목회를 고민하게 됐죠.”
결국 김 목사는 2013년 10월 예하운선교회를 설립했다. 세월호 추모 행사에 동참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했다. 예하운선교회는 당분간 ‘샬롬 스토리’를 활용한 선교에 매진할 계획이다. 카카오톡 이모티콘 스토어에서 ‘샬롬 스토리’를 검색하면 누구나 2000원에 이모티콘 24종을 내려받을 수 있다. 카카오 비즈이모티콘 스토어(bizemoticon.kakao.com)를 통해 대량 구매도 가능하다.
“판매 수익금은 해외 선교사나 국내 미자립교회를 후원금 등으로 쓰입니다.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어요. ‘샬롬 스토리’는 전도용이나 선물용으로 최고의 선물이 될 겁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사진=김보연 인턴기자
휴대전화 안에 예수… 사랑·위로 메시지도 예수와 함께
입력 2016-08-04 20: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