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日 재무장’ 재촉… 동북아 정세 격랑 속으로

입력 2016-08-05 00:50
관광용 경비행기 한 대가 평양 능라도 경기장 상공을 날고 있다. 조선중앙TV는 지난 3일 '미림항공구락부-날으자 하늘길로'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경비행기를 타고 평양 시내를 둘러보는 관광 상품을 소개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 2270호는 대북 항공유 수출을 금지하고 있어 대북 제재에 구멍이 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뉴시스

북한이 3일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을 향해 노동미사일을 발사하면서 동북아시아 정세가 또 한 번 격랑에 휩쓸렸다. 한반도뿐 아니라 일본까지 자신들의 핵 타격권에 들 수 있음을 과시한 북한의 ‘광역 도발’에 한·미·일 3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긴급회의 소집으로 즉각 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 논란과 맞물려 북한의 도발에 대응하는 각국의 온도차가 점차 선명해지고 있다.

북한은 이번 미사일 도발을 통해 한반도 유사시 미군 증원 병력의 본진이 될 주일 미군기지를 사정권에 두고 있다는 ‘위협구’를 미·일 양국에 던졌다. 이는 일본 뒤에 자리한 미국을 겨냥해 비핵화 압박을 그만두고 자신들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라는 전략적 시위로도 해석된다.

문제는 미·일동맹 강화로 상징되는 최근 양국의 밀월관계가 단지 한반도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역내 중국의 팽창을 억제하려는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과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정상국가화’가 상호 시너지를 일으켜 양국은 동북아 주요 이슈에 서로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번 사태는 미국의 전폭적 동의하에 추진되던 일본의 재무장 움직임을 더욱 가속화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아베 총리가 추진해 온 방위 정책과 개헌 등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이 예상된다. 공교롭게도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당일 아베 총리는 내각에 극우 성향 인사들을 배치하는 내용의 개각을 단행했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는 4일 “일본 현지에서 (북한 미사일 위협이) 굉장히 대대적으로 보도되면서 주민들의 분노와 경계심이 고조됐다”며 “우파들이 집단자위권, 안보법제 등에 이를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와는 반대로 북한 4차 핵실험 이후 이어져오던 대북 제재 공조는 위기를 맞고 있다. 중국은 한·미가 사드 배치를 공식화하자 강한 불쾌감을 드러내며 ‘북한 끌어안기’에 나섰다. 12·28 위안부 합의와 북한의 잇따른 전략적 도발을 계기로 한·미·일 안보협력이 가속화되는 데 대한 견제의 성격도 없지 않다.

이를 반영하듯 중국은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애매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그동안 한반도 관련 사안에 수시로 입장을 밝혀왔지만 이번엔 침묵하고 있다. 중국 언론들은 도리어 북한의 도발이 사드 배치 결정 때문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신화통신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행위가 한·미 간 사드 배치 결정이 이뤄진 뒤 세 번째라는 점에서 항의성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이 ‘한반도 비핵화’와 ‘사드 반대’ 사이에서 일종의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기에 이 같은 인식의 확산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유엔 안보리는 이날 한·미·일의 요청에 의해 긴급회의를 열어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했다. 3국은 북한의 거듭되는 도발을 강하게 성토했지만 의장성명을 채택하는 데 이르진 못했다. AP통신은 익명의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려는 시도가 중국 때문에 지연되고 있다”며 중국의 방해가 있음을 시사했다.

한·미는 북한의 이번 도발이 한반도 사드 도입의 당위성을 보여준다는 입장이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에 추가 제재를 가하기 위해 중·러와 공조해 나갈 필요성이 있다”며 추가 대북 제재를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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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건희 기자,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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