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억9999만8000원. 대우조선해양과 자회사 부산국제물류(BIDC)가 강만수(71) 전 산은금융그룹 회장의 지인 회사에 각각 지분 투자한 금액이다. 5억원에서 단 2000원이 모자라는 이 자금은 ‘슈퍼 갑’인 강 전 회장의 계속된 투자 압박과 회사 내부의결 절차를 피하려는 남상태(66·구속 기소) 전 사장의 꼼수가 만들어낸 결과인 것으로 조사됐다.
4일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에 따르면 2011년 3월 산업은행장에 오른 강 전 회장은 남 전 사장에게 지인이 대표인 바이오에너지 업체 B사에 대한 80억원 규모의 투자를 요구했다. 이 사업은 대우조선 임원과 실무진의 강한 반발에 부딪혔다. B사 재무구조가 열악하고 기술성과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였다. 자금 집행이 늦어지자 강 전 회장은 남 전 사장에게 수차례 전화를 걸어 진행 상황을 확인했다. 남 전 사장은 정상적인 절차로는 B사 지원이 어렵다고 판단, 담당 임원에게 ‘다른 방법을 찾아보라’고 지시했다. 그 결과 대우조선과 BIDC가 10억원을 지원하고, 나머지 금액은 사장 전결 사안인 연구·개발(R&D) 지원 형식으로 투자하는 방안이 만들어졌다. 대우조선 이사회 운영규정은 10억원 이상의 신규출자, 5억원 이상 유가증권 투자의 경우 이사회 심의·의결을 거치도록 돼 있다. 두 가지 규정을 모두 피해 대우조선과 BIDC는 같은 해 11월 B사에 4억9999만8000원씩 쪼개기 투자를 했다. 대우조선은 B사와 바이오에탄올 기술개발 연구용역 계약도 체결하고 2012년 18억7000만원, 2013년 25억3000만원 등 44억원을 집행했다. 지원은 2013년 4월 강 전 회장이 퇴임한 지 몇 달 안 돼 중단됐다. 처음부터 ‘강만수에 의한, 강만수를 위한’ 투자였던 셈이다.
검찰은 강 전 회장이 대우조선을 압박해 자신의 종친이 운영하는 중소건설업체 W사에 50억원 이상의 하도급 공사를 주도록 한 의혹도 수사 중이다.
검찰은 이날 남 전 사장의 측근인 건축가 이창하(60)씨를 176억원가량의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
대우조선, 강만수 압력에 투자하며 ‘이사회 의결’ 피해 5억 이하 쪼개기
입력 2016-08-04 1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