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 소비 진작책으로 닫힌 지갑 열릴까

입력 2016-08-04 19:00

정부가 김영란법 시행과 자동차 개별소비세 재인하 종료, 미국 대선·유가 하락 등 글로벌 경제 불안으로 소비절벽이 우려되고 있는 상황에서 하반기 ‘코리아 세일 페스타’를 통해 소비 진작에 본격 나선다. 그러나 청년층과 노년층이 고용 불안과 노후 대책을 이유로 지갑을 닫는 등 소득이 정체된 상황에서 소비진작책 만으로 경기가 살아날 수 있겠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4일 ‘코리아 세일 페스타’ 공식 홈페이지를 열고 참여업체 모집에 나선다고 밝혔다. 코리아 세일 페스타는 지난해 10월 진행한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의 새 이름이다. 지난해 정부는 불황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까지 겹치면서 사람들이 지갑을 닫자 내수 활성화를 위해 국내 최대 규모의 할인 행사인 한국판 코리아블프를 2주간 진행하겠다고 발표했다. 백화점, 대형마트, 편의점 등 대형 유통업체와 200여개 전통시장, 16개 온라인 쇼핑몰 등 약 2만7000개 점포가 참여했다.

코리아블프 종료 후 정부는 내수 진작 효과를 홍보하며 정례화를 선언했다. 9월 29일부터 10월 31일까지 진행되는 코리아 세일 페스타는 첫 정례행사다. 규모도 키웠다. 지난해 유통업체 위주였던 것에서 올해는 가전·의류·화장품·식품 등 제조업체까지 참여해 할인 규모를 확대하기로 했다. 또 외식과 영화관, 공연 등 서비스업계의 참여도 유도하기로 했다.

‘대한민국 최대 쇼핑관광축제’라며 홍보하는 정부의 기대와 달리 경제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한 민간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지난해 코리아블프 효과는 길지 않았다. 어차피 쓸 돈 미리 당겨쓴 것 이상의 효과는 없었다”면서 “정부는 국민이 알아서 돈을 쓸 수 있도록 근본적 처방을 내놔야 하는데 보여주기식 정책만 내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지난 6월 백화점 판매액은 메르스로 인한 기저효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4% 급증했다. 그러나 5월 판매는 3% 줄었다.

반대로 하반기 경제 위기를 우려하며 내수 활성화라도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건국대 금융IT학과 오정근 교수는 “하반기 위기 우려가 큰 상황에서 국회는 여전히 싸움만 하고 있다”면서 “야당이 제출한 법안 중 기업규제 법안이 많아 기업의 투자가 위축된 상황에서 소비라도 살아난다면 분위기 전환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기업이나 소상공인들의 반응도 제각각이다. 그나마 유통업체들은 행사를 준비할 여유가 있다는 점에서는 지난해보다 낫다는 반응이다. 다만 메르스로 재고 물량이 쌓였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세일을 진행하려면 재고 물량을 확보해야 해기 때문에 더 많은 물량을 주문해야 한다. 이 물량을 보관하는 데 비용도 든다”며 “유통업체들이 비용 부담을 떠안고 준비해야 하는데 얼마나 판매량이 늘지는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전통시장 상인들 반응은 냉랭하다. 지난해 정부 압박으로 뒤늦게 코리아 블프에 뛰어들었던 서울의 한 시장 상인은 “지난해 블프 효과는 없었다. 올해도 시장은 정부와 백화점 등 대기업 행사의 들러리만 될 것”이라고 했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