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친환경 시대에… ‘시들해진’ 친환경농산물 시장

입력 2016-08-04 19:01

2009년 귀농한 A씨는 친환경농법으로 방울토마토를 길렀다. 초기 시설투자 비용이 1억원가량 들었지만 2∼3년 동안은 쏠쏠한 재미를 봤다. 귀농 성공사례로 언론에 소개되기도 했다. 그러나 2013년 친환경농산물 부실인증 논란이 불거지면서 판로가 막히기 시작했다. 기존 관행농법보다 50% 이상 비싸게 받던 가격도 낮아졌다. A씨는 결국 2014년부터는 관행농법으로 갈아탔다. A씨는 4일 “농사짓기도, 수익도 관행농법이 더 낫다”면서 “농촌에서 친환경농산물 농사 인기가 시들해진 지 오래”라고 말했다.

친환경농산물이 시들고 있다. 첫 단계인 친환경인증에 대한 불신이 시장을 위축시켰고, 그로 인해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농민들도 외면하고 있다. 정부는 친환경농산물 민간 인증 감독 강화, 친환경농산물 의무자조금 제도 도입 등으로 활성화를 꾀하고 있지만 무너진 소비자 신뢰를 되찾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친환경농산물은 2000년대 이후 급격히 성장했다. 2000년 2만2000t이던 출하량은 매년 증가해 2012년에는 100만t을 넘어섰다. 해당 농가도 1400가구에서 10만 가구 이상으로 늘었다. 그러나 2013년 친환경농산물 부실 인증이 사회문제가 되면서 시장은 급격히 위축됐다. 친환경농산물의 70% 이상 인증을 담당하던 민간 인증기관이 뒷돈을 받고 부실 인증을 해준 것이 검찰과 감사원 감사를 통해 밝혀졌다. 심지어 10개 민간 인증기관 소속 임직원들은 자신이 경작한 농산물에 친환경인증을 했다가 적발됐다.

이후 부실 인증으로 인증이 취소된 사례가 증가했고,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관행농법으로 갈아타는 농가도 늘었다. 그 결과 지난해 친환경농사를 짓는 농가 수와 친환경농작물 출하량은 3년 전에 비해 반 토막이 났다.

친환경농산물 제도는 올해 또다시 전환기를 맞고 있다. 2010년부터 축소된 저농약 인증제도가 올해 완전 폐지된다. 1만호 이상 되는 저농약 농가는 친환경농법을 강화해 친환경인증을 받거나 관행농법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국제적 원칙에 맞게 인증을 100% 민간기관에 이양하는 법 개정안도 연내 국회에서 확정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2018년부터 친환경농산물 인증을 100% 민간에 맡긴다는 계획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달 친환경농산물의무자조금을 출범시키면서 직불제와 지원 등 정부에 의존하던 친환경농산물 농가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의무자조금은 앞으로는 친환경농가들은 스스로 마련한 기금만큼 정부가 자금을 지원해 시장 개척과 농산물 홍보 등에 쓰일 예정이다. 그러나 이런 제도적 변화에 앞서 친환경농산물에 대한 소비자 불신을 낮추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친환경농업은 시장 가치 외에 환경 요인 등 사회적 공익 가치가 크다”면서 “기존 직불제를 유지한 상태에서 자조금 제도를 통해 시장의 신뢰를 되찾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