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종의 환자 샤우팅] 유령수술 판치는데 왜 CCTV 망설이나

입력 2016-08-07 20:51

전신마취로 수술대에 누워 있는 환자는 아무것도 모른다. 수술실은 외부와 철저하게 차단돼 수술실 내에서 발생한 일은 누구도 알 수 없다. 수술실의 이러한 ‘은폐성’으로 인해 수술실 내 유령수술이나 환자인권 침해행위는 계속적으로 양산된다.

“성형수술 중간에 마취가 깨어 눈을 떴는데 처음 보는 사람이 수술을 하고 있었어요. 너무 놀라서 ‘당신 누구세요?’라고 소리쳤는데 마취제를 더 넣었는지 곧장 다시 잠이 들었어요. 수술 끝나고 회복실에서 일어나 간호사에게 항의했더니 마취되어 정신이 몽롱해서 그런 것 같다며 집도의사가 분명하게 수술했다고 우기더군요.” 작년 3월에 발족한 ‘유령수술감시운동본부’에 유령수술 의심 사례를 접수한 피해자의 말이다. 병원의 조직적이고 계획적인 환자동의 없는 집도의사 몰래 바꿔치기인 이른바 ‘유령수술’은 의사면허증, 외부와 차단된 수술실, 전신마취약을 이용한 최악의 ‘반인륜범죄’이고, 의사면허제도의 근간을 뒤흔드는 ‘신종사기’이며, 의료행위를 가장한 ‘살인·상해행위’다.

유령수술은 서울 강남 일대 미용성형을 전문으로 하는 일부 성형외과에서 행해지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근에는 일부 정형외과에서 의료기기회사 소속의 납품업자를 참여시키는 유령수술까지 등장했다. 그리고 유령수술 피해 의심 사례도 산부인과, 피부과, 이비인후과, 마취통증의학과 등 다양한 진료 과에서 계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2013년 10월에는 생후 4개월 된 아이의 심장수술을 책임지는 대학병원의 흉부외과 의사가 마취과 의사와의 의견 충돌로 화가 나 전신마취 된 아이를 놓아두고 수술실을 나가 수술이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었다. 2014년 12월에는 국내 유명 성형외과 간호조무사가 자신의 SNS에 “수술대에 환자가 마취돼 누워있는 상태에서 촛불을 붙인 생일 케이크를 들고 다니는 모습, 바닥에 앉아서 음식을 먹는 모습, 8명 이상이 음식을 먹으며 단체 인증샷을 찍는 모습, 가슴 보형물로 장난치는 모습, 돈다발을 세는 모습 등” 엽기수준의 수술실 사진을 올려 여론의 호된 질타를 받았다.

올해 7월에는 우리나라 최고 대형병원 중 하나인 삼성서울병원에서 산부인과 교수가 난소암 환자 대상으로 후배 의사에게 유령수술을 시킨 사실이 언론보도를 통해 세상에 알려지자 유령수술에 대한 사회적 비판 목소리가 더욱 높아졌다. 삼성서울병원의 유령수술은 내부제보가 없었다면 현재까지도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을 것이고, 해당 의사로 인한 유령수술 피해자는 더욱 증가했을 것이다.

이와 같이 외부와 철저하게 차단된 수술실에서 ‘전신마취제’로 환자의 의식이 완전히 없는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유령수술이나 각종 반인권적 행위는 병원 직원 내부 제보나 CCTV가 없는 한 외부에서는 절대 알 수 없다.

지난 19대 국회에서 의료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높은 수술이나 환자의 요청이 있는 경우 CCTV 촬영을 의무적으로 하고 촬영한 영상은 임의로 사용하지 못하고 수사·재판·분쟁조정 등과 같은 일정한 목적으로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하지만 의료계 반대로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결국 폐기됐다. 수술실 내에서 유령수술이나 각종 반인권적 행위로 의료인 면허의 권위는 땅에 떨어졌다. 정부와 국회는 더 늦기 전에 수술실 내에서의 유령수술이나 반인권적 행위의 근원적 방지책인 수술실에 CCTV 촬영을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을 추진해야 한다. 의료계가 과도한 의료행위 감시라며 반대할 것이 아니라 수술실 CCTV 촬영 허용을 통해 수술실이 안전한 장소가 되도록 전향적인 자세를 취해야 할 것이다.

한국환자단체 연합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