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의 사회 진출을 위한 디딤돌일까, 무책임한 포퓰리즘적 행위일까.
보건복지부가 3일 서울시의 청년활동지원사업(청년수당)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리면서 양측의 갈등이 마침내 폭발했다. 복지부는 내용 및 절차가 위법하다는 입장을 내세워 시정명령을 내렸다는 입장이다. 서울시는 그동안의 협의와 구두 합의를 근거로 사업을 진행해 문제가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양측이 첨예하게 맞부딪치면서 결국 법원의 판단에 따라 사업 진행 여부가 확정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정부가 서울시의 청년수당 강행에 제동을 건 것은 우선 절차적으로 위법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복지부는 지난해 11월 서울시가 청년수당 도입 계획을 밝힌 이후 “청년수당은 복지부와 협의해야 하는 사안”이라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사회보장기본법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장이 새로운 사회보장제도를 만들거나 변경할 때는 복지부 장관과 미리 협의하게 돼 있는데, 서울시의 청년수당 역시 이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청년수당 지급을 사회보장제도가 아니라 청년 기본조례를 바탕으로 한 시 자체 사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서울시는 지난 1월 해당 사업에 대한 협의요청서를 제출하는 등 복지부와 협의 시도를 했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청년수당 사업 예산안을 통과시킨 서울시의회를 대법원에 제소했다.
복지부는 지난 3월 서울시의 사업계획서 수정본을 받아들여 협의를 시작했지만 지난 5월 대상자 선정의 객관성 부족 등 사업 설계 및 관리체계 미흡을 이유로 ‘부동의’ 의견을 냈다. 내용 수정 시 시범사업에 나설 수 있다고 밝혀 사업 진행 가능성이 높은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왔으나 복지부는 지난 6월 서울시 수정안을 재차 반려했다. 전효관 서울시 혁신기획관은 “복지부가 구두통보를 마치고 공동 보도자료까지 논의하는 등 협의 절차를 마쳐놓고도 합리적 설명 없이 결정을 번복했다”고 주장했다.
복지부는 서울시가 최초에 클린카드를 청년수당 지급 수단으로 했다가 체크카드로 바꿨고, 다시 현금으로 직접 입금하는 방식을 취한 것도 문제 삼았다. 민간위탁 기관 선정 문제, 관련 인사의 서울시 근무사실 등 사업 진행의 투명성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완구 복지부 사회보장위원회 사무국장은 “무분별한 현금 살포가 현실화된 것으로 청년의 어려운 현실을 이용해 그들의 환심을 사고자 하는 무책임한 포퓰리즘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양측의 갈등이 ‘치킨게임’ 양상으로 흐르면서 결국 법정에서 사업 진행 여부가 가려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복지부의 취소 처분 계획에 대해 서울시가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및 제소 카드를 꺼내들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질 경우 서울시는 대법원 판결 전까지 청년수당을 계속 지급할 수 있게 된다. 반대의 경우 사업이 중단되며 미리 지급된 1개월치 수당에 대한 환수 문제가 남게 된다. 강 사무국장은 “내일 취소 처분을 하게 되면 서울시가 환수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서울시는 “위법하다고 해도 청년에게 귀책사유가 없는 만큼 환수 대상이 아니다”는 입장이어서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보기]
☞
글=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
치킨게임 된 ‘청년수당’… 결국 법정까지 가나
입력 2016-08-04 0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