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왜 게임을 하는가? 게임은 어떻게 사람들을 사로잡는가? 이 질문에 대한 그동안의 대답은 극히 단순했다. 재미가 있으니까. 또는 중독이라서. 지난 7월 출시된 게임 ‘포켓몬 고’ 때문에 세계가 떠들썩하고 강원도 속초시가 때 아닌 관광 특수를 누리고 있지만 그 게임이 왜 그렇게 인기가 있는지 제대로 된 설명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고 보면 온라임 게임이 나온 지 20년이 흘렀고, 오락실 게임의 역사는 198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지금껏 게임이 진지한 담론의 주제로 인정받은 적이 없었다. 게임과 관련해 사회적으로 토론된 유일한 주제가 있다면 게임중독이고, 근래엔 산업적 측면에서의 논의가 부상하고 있다.
‘게임, 세상을 보는 또 하나의 창’은 게임을 문화적 주제로 탐구한다. 게임을 대중과 사회의 관계 속에 놓고 그 의미를 찾아보면서 오락, 중독, 산업 등을 키워드로 구성된 기존의 게임 담론을 혁신하고자 한다. 국내에서 처음 선보이는 게임 비평서이기도 하다. 저자 이경혁(38)은 게임마니아로 직장 생활을 하면서 2014년부터 게임 비평을 써왔다.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사람들은 왜 게임을 하는가?
“소설 ‘삼국지’는 실제 역사를 바탕으로 저자의 윤색을 거쳐 고정된 이야기다. 반면 게임 ‘삼국지 시리즈’는 실제 인물과 배경을 가져다 쓰되, 플레이어가 군웅할거 시대의 한 인물이 되어 천하를 직접 통일해야 하는 상황을 제시한다.”
“소설에서 관우는 무슨 일이 있어도 유비의 충신이지만, 게임에서는 조조를 플레이하며 관우를 선봉장으로 세울 수도 있고, 운이 좋다면 제갈량과 사마의를 모두 신하로 부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서사까지도 플레이어의 상상에 맡길 수 있는 콘텐츠는 게임이 아니면 찾기 어려운 게 사실이며, 게임을 대표할 수 있는 차별점”이라고 설명한다.
게임은 플레이어가 사건의 주체가 되는 초유의 매체로서 현재까지 가장 진화된 매체라고 할 수도 있다. 영화나 드라마, 문학 등 어떤 매체도 수용자가 이야기에 개입할 수 없다. 그러나 게임은 수용자(플레이어)의 행위에 의해 비로소 이야기와 사건, 의미 등이 발생한다. 게임은 그래서 수용에 그치는 게 아니라 창작이기도 하며, 수용과 창작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아무리 그래도 게임은 오락에 불과한 게 아니냐고 지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영화나 드라마에 동시대 대중의 의식이 담기고 그것이 진지한 평론의 대상이 되는 것처럼, 게임 또한 문화 콘텐츠로서 시대의식을 반영한다. 2000년대와 2010년대를 대표했던 두 게임 ‘스타크래프트’와 ‘LOL’을 비교해 보면 세대의 의식 차이가 엿보인다. 저자는 “점수가 부담스러웠던 ‘스타 세대’와 달리 ‘LOL 세대’는 자신의 정체성마저도 랭킹으로 드러내는 경향이 있는 것”이라며 “‘LOL’ 플레이어들이 보여주는 등급 자부심이나 자조는 서열화한 경쟁체제에 대한 익숙함이 만들어내는 순응인 것이다”라고 분석한다.
게임은 21세기, 디지털 문화, 젊은 세대를 읽는 키워드다. 이어령 교수는 21세기를 ‘게임의 시대’로 호명한다. 그런데도 게임은 여전히 진지한 주제가 되지 못하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게임 자체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저자의 주장에 동의할 수밖에 없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책과 길] 포켓몬고가 뭐길래?… 게임, 이제 당당한 문화 콘텐츠다
입력 2016-08-04 1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