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신문기사로 등장할 만큼, 우리 사회의 핫이슈가 된 젠트리피케이션(중·상류층의 유입으로 주거비용이 올라가면서 비싼 월세나 집값을 감당할 수 없는 원주민이 다른 곳으로 밀려나는 현상)에 대한 학자들의 현장연구 종합보고서다. 성공회대학교 동아시아연구소가 기획해 문화학자, 사회학자, 인류학자, 지리학자 등 다양한 분야 8명의 연구자들이 참여했다.
서울의 서촌, 종로3가, 홍대, 강남의 가로수길과 사이길, 한남동, 구로공단, 창신동, 해방촌 등 8동네를 연구했다. 1970년대 시작된 한국형 도시개발부터 최근 일어난 젠트리피케이션과 도시 재생까지, 국가와 자본, 그리고 문화가 어떻게 도시를 변화시키는지 한 눈에 꿰뚫는 책은 이 책이 유일하다.
연구자들은 동네 토박이, 세입자, 건물주, 구청직원, 자영업자, 노동자, 문화예술인, 건축가, 마을활동가, 부동산중개업자 등 132명을 인터뷰했다. 이해관계가 다를 수밖에 없는 다양한 층위의 사람들을 만난 것은 젠트리피케이션은 단순히 승자와 패자,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프레임으로 접근하면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연구자들은 묻는다. “구로공단의 수많은 제조업 노동자들을 몰아내고 들어선 서울디지털산업단지에서 일하는 지식노동자는 젠트리피케이션의 승자일까.”
다세대 주택가에 봉제공장이 밀집한 창신동에 관한 연구는 흥미롭다. 창신동은 21세기 글로벌 도시 서울에서는 드물게 1970∼80년대의 풍경을 지니고 있다. 이런 매력에 주목해 젊은 예술가나 마을활동가들이 이곳에 둥지를 틀고 작업실이나 문화활동을 위한 공간을 열기 시작했다. 이들은 (이태원) 경리단의 ‘장진우 거리’처럼 개인이 어떤 문화적 코드를 심어 재미있는 공간을 만들고 거리를 바꿀 수 있다고 믿는 이들이다.
이처럼 젊은 예술가 및 문화활동가들이 자발적으로 둥지를 틀면서 낙후된 마을에 활기를 불어넣는 가운데 서울시가 2014년 5월 서울시 최초로 창신·숭의지역을 도시재생 선도지역으로 선정했다. 정부의 도시재생 사업은 선한 정책이 될 수 있을까. 답을 내리기보다는 젠트리피케이션 문제에 질문을 던지며 함께 고민할 것을 제안하는 책이다.
손영옥 선임기자
[책과 길] ‘승자와 패자’ 프레임 아닌… 현장에서 본 젠트리피케이션
입력 2016-08-04 1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