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예술단이 올해 30주년을 맞았다. 1986년 8월 설립 당시의 이름은 88서울예술단이었다. 85년 남북한간 고향 방문단 및 예술공연단의 교환 이후 정부는 남북 문화교류 및 올림픽을 위한 국제적 행사에 내보낼 대형 예술단체의 필요성을 느꼈다. 처음엔 단원 300여명을 거느린 북한 평양예술단에 걸맞는 단체를 만들려고 했지만 결국 단원 50여명으로 출범했다.
북한을 의식한 듯 총체극을 지향한 88서울예술단이 87년 3월 처음 올린 작품은 ‘새불’이었다. 하지만 평가는 좋지 않아서 장르 및 국적 상실의 애매한 작품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후 서울예술단은 대중에게 인기있는 뮤지컬을 꾸준히 제작하는 한편 한국적 공연 양식 찾기의 일환으로 가무악과 가무극을 들고 나왔다.
가무악은 음악을 중심으로 배우가 춤과 노래는 물론 악기까지 연주하는 공연을 가리킨다. 이에 비해 가무극은 노래와 춤이 어울어진 극을 일컫는 명칭으로 한국의 전통 연희양식과 맞닿아 있다. 서구 뮤지컬과 구별되는 한국적 창작 음악극인 셈이다. 1998∼2005년 무대 디자이너 출신인 신선희 이사장 시절 완성도 있는 작품이 여럿 나오면서 인지도가 높아졌다. 가무악이 2005년 ‘무천, 신화가’를 끝으로 나오고 있지 않지만 가무극은 지금까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사실 서울예술단이 사명으로 내세우는 가무극에 대해서는 일반 관객은 한국적 소재를 가지고 만든 창작 뮤지컬과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 게다가 작가, 작곡가 등 스태프 역시 기존의 뮤지컬 창작자들과 큰 차이가 없다.
다만 뮤지컬 대신 가무극이라고 이름붙힌 작품의 경우 다른 상업 프로덕션에 비해 음악이나 무대 등에서 한국적 색채가 강하고 무용의 비중이 큰 것이 특징이다. 지난 2013년 초연한 ‘잃어버린 얼굴 1895’나 2014년 초연한 ‘뿌리 깊은 나무’ 등은 대표적이다. 엄밀히 말해 국내 뮤지컬계에서 전통을 소재로 한 대작은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에서 서울예술단은 대형 창작뮤지컬의 제작소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서울예술단은 또한 한국 뮤지컬계에서 오랫동안 배우 양성기관으로 군림했다. 최근 뮤지컬의 붐을 이루면서 대학에 뮤지컬학과가 많이 생겼지만 2000년대 초반 뮤지컬 교육 프로그램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을 때 배우들은 다양한 교육과 공연을 통해 실력을 갖춰 나갔다. 실제로 남경읍, 이경미, 남경주, 이정화, 신영숙, 김법래, 김선영, 민영기, 조정은 등 실력파 중견배우들이 바로 서울예술단 출신이다.
서울예술단이 30주년을 맞아 기념공연을 펼친다. 9∼21일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서 펼쳐지는 ‘놀이’다. 지난해 취임한 최종실 예술감독이 주도적으로 준비한 작품으로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남미, 북미를 대표하는 나라의 전통 악기와 춤을 극 형태로 엮었다. 예술단 단원 4명이 인도네시아, 부르키나파소, 스페인, 트리니다드토바고, 미국 등 5개국으로 음악 연수를 떠나며 겪는 해프닝을 음악으로 표현했다. 김덕수 사물놀이패 출신인 최종실 감독은 지난 1992년 서울예술단의 가무악 팀에서 활약한 바 있다. 이번 작품은 가무극이란 타이틀을 달고 있지만 음악이 강화됨으로써 가무악에 가깝다.
한편 공연이 열리는 동안 아르코예술극장 로비 1층과 2층에 서울예술단의 30년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기념전시가 동시에 진행된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서른 살 서울예술단… 창작공연 산실로
입력 2016-08-04 19:25